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육아일기 ] 착하지!
상태바
[육아일기 ] 착하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7.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신이 나서 걸어가던 아이가 갑자기 퍽하고 넘어졌습니다. 자기 발에 걸렸습니다.
 "미루야, 괜찮아?"

 바닥에 엎드려서 가만히 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은 제가 이런 식으로 넘어지면 절대 일으켜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애가 의존적이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맞습니다. 넘어진 아이를 자꾸 일으켜 세워주면 혼자서는 안 일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혼자 일어나게 한다면서 "얼른 일어나! 괜찮아!" 라고 하는 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립니다.

 자존감을 살려주면서도 의존적이지 않게 하는 건 넘어져서 생긴 아픔에 같이 공감해주는 겁니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미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많이 아프지, 에구."

 그 때 막 옆을 지나던 할머니가 한 마디 하십니다.
 "어이구, 착하지. 괜찮으니까 일어나. 아이고 착해라."

 착하다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말이나 행동,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어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남을 잘 배려하거나, 공중도덕을 잘 지킬 때 우리는 착하다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가 어른 말을 잘 들을 때나 어른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 착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픈 걸 참는 건 착한 일이 아닙니다.

 넘어졌을 때 혼자서 일어나는 것은 씩씩하고 멋진 일일 수는 있어도 착한 일은 아닙니다.

 착하다는 말은 정말로 아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그 일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해야지, 어른 말을 듣게 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과자를 친구랑 반쪽씩 나눠먹었어? 너 참 착하구나."
 이런 건 됩니다.

 하지만, "빨리 신발신어야 착하지!" 이런 건 어른들이 맞춰 놓은 틀에 아이들을 가두는 겁니다.

 "신나게 걸어가던 길이었는데 넘어져서 기분 안 좋겠다."
 마음이 달래진 아이는 금세 벌떡 일어났습니다. 참 멋지고 씩씩합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7월 20일자 31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