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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모작1] 64세 순이어머님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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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모작1] 64세 순이어머님의 가계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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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미 시민기자의 인생이모작 <1> 100세 인생 '대안은 있다'
 하루 하루 생활 하기란 너무 힘이 든다. 돈이 있다면 마음이 편안하겠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나는 노년에 좋은 날이 찾아올런지.
 왠지, 마음이···.
  2009년 6월 마지막주 가계부를 쓰면서
 

 금천구 자활센터에서 만난 순이어머님의 가계부 일기이다.

 거의 이십년 가까이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간호하면서 자식 셋을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셨다.

 이 분의 한달 수입은 자활센터에서 받는 65만원이 전부다.

 그동안 많은 분들을 상담했지만, 순이어머님의 가계부는 적자가 아니다.

 오만원 정도 청약저축을 붓고 계시고, 삼백만원 정도의 비상예비자금을 갖고 계시다.
 물론, 남편의 병간호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 저축을 하고 계신단다.

 상담 내내 지나온 세월에 보상받지 못한 본인의 삶이 답답해서 눈물도 흘리셨지만,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는 순이어머님은 남편의 병간호 때문에 마음 편히 뒷동산에 오르는 시간도 내지 못하신다.

 우리의 상담목표는 돈을 저축하는 것보다 더욱더 중요한 '삶의 동기부여'이다.

 1차 상담이 끝나갈 무렵 어머님은 칠십까지만 살고 싶다고 하셨다.

 이렇게 꽃같이 아름다운 분이 더 빛나는 노년을 맞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 육십오세에 본인을 위한 이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컴퓨터를 배우고 음악을 다운받고 운동을 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만원씩 본인을 위한 '잔치통장'을 만들자고 했다. 또 과제로 일주일 가계부를 써보자고 했다.

 일주일후 2차 상담일에 순이어머님은 가계부를 수줍게 꺼내시면서 내게 보여주셨다.

 남편을 위해 닭한마리, 불고기 등등 일주일에 오만원 정도 지출하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편의 의식이 좋아져서 문화센터에 공부하러 아침에 나가셨단다.
 꼭 신혼때 남편이 출근한 느낌이라시면서 또 한 번 눈물을 글썽이신다.

 100세 인생의 라이프사이클을 그리면서 본인이 팔십살일 때 자식들은 오십대 후반이며, 손자들 역시 대학생, 결혼할 시기니까 더 편한 노후를 맞이 하실 수 있다는 말씀에 금세 표정이 밝아 지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더욱더 건강해지실거라면서 나와 이젠 칠십이 아니라 팔십까지 살아야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우리의 노후는 돈이 많고 적음에 달려있지 않다.
 욕망은 끝없는 것이어서 그 욕망의 대상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순이어머님의 칠월 한달의 가계부엔 어떤 메모가 남겨질까?
 백합꽃 같이 환한 미소의 순이어머님의 미소를 오래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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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착한재무주치의 재무교육강사로 활동중인 강은미 씨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연극을 좋아하며 특히 어린이와 노인을 좋아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섹소폰연주, 도자기, 미술, 시나리오 쓰기 등등 인생이모작에 필요한 취미를 즐긴다. 동네사람들이랑 수다 떨기에도 능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09년 7월 20일자 31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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