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천(千)일 싸움’ 우리가 꿈꾸는 세상
상태바
‘천(千)일 싸움’ 우리가 꿈꾸는 세상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5.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_ 이인섭 (구로본동)
저는 구로본동에 거주하고 있는 기륭전자 조합원입니다.

지난 11일 우리 여성 조합원 4명이 서울시청 광장의 16미터 조명탑에 올라갔습니다.

햇수로 4년, 1,000일을 투쟁해도 해결의 기미가 없는 우리의 고통과 싸움을 서울시장과 하이서울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다닌 기륭전자는 구로공단에 있으며 위성라디오, GPS, 네비게이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2005년 당시 순이익 210억으로 잘나가던 기륭전자의 생산직 300여명 중 정규직은 15명, 계약직 40여명과 불법파견직 250명을 포함한 290명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불법파견노동자로 저희가 받은 월급은 당시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641,850원. 상여금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해고도 디지털단지답게 핸드폰문자로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시오”라고 통보했습니다. 사유는 ‘잡담’, ‘말대꾸’, ‘뻣뻣하다’, ‘잔업 몇 번 안했다’, ‘관리자에게 밉보였다’. 심지어 과로로 작업현장에서 쓰러지는 것도 해고사유였습니다.

지난 1,000일간 우리들은 죽는 것 빼고 해보지 않은 노력이 없을 정도로 많은 싸움을 전개해 왔습니다.

55일간 현장점거파업농성을 하면서 연일 구사대와 용역깡패의 폭력에 시달렸고, 공권력에 의해 길거리로 끌려 나와서도 천막농성을 이어 갔습니다.

천막농성장 침탈은 기본이고 물대포, 성추행 등 사측의 폭력과 용역깡패의 폭력은 계속되었습니다.

횟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재판과 벌금, 몇십억의 손배청구를 보며 법은 절대로 우리 노동자 편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노숙투쟁도 했고, 삭발을 하면서 이 땅 비정규직의 목숨이 잘려나가는 것 같아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장 답답한 것은 파견이 불법이라고 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해고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입니다.

처음에 회사도 만약 불법이 확인되면 노동부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부와 검찰이 불법파견이라고 하자 입장을 싹 바꿔버린 것입니다.

불법 파견의 피해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남은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54억이라는 손해배상 가압류처분뿐입니다 .

외롭고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견뎠습니다. 남은 조합원보다 떠난 조합원이 많지만 그 분들의 눈에 담긴 미안함과 슬픔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싸움은 1,000일을 맞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연대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이유와 힘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여성 조합원들이 농성하며 발표한 호소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약자를 외면하고 연민과 연대를 포기하는 것은 광우병으로 뇌가 숭숭 뚫린 것만큼, 사랑이 사라진 사이코 패스의 사회만큼 무서운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연민하고 연대하고 또 존중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