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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당사자가 누구냐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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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당사자가 누구냐가 중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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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_27]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
딸이 자신의 이름으로 전세 계약을 했는데, 아버지가 딸 대신 전세보증금 3천만원 중 2천만원을 반환받고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계약을 변경하였을 때, 과연 이러한 계약 변경은 효력이 있을까.

사실 그 아버지는 ‘도박 중독증’이라고 할 정도로 도박에 몰입해 있었는데, 집 주인(또는 집주인을 대신하여 임차 업무를 위임받은 부동산중개인)은 비싼 월세를 받으려고 계약 당사자도 아닌 아버지에게 2천만을 내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 변경이나 보증금 반환은 계약 당사자인 딸에 대해서는 무효이다. 그러므로 딸은 임차주택을 명도한 후(임차주택을 명도하기 전에는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집 주인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3천만원을 고스란히 반환받을 수 있다.

아버지가 도박 중독증에다가 별다른 수입도 없으므로, 그나마 1천만원의 보증금을 날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아버지는 조만간 임차주택을 명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집 주인은 그 전에 아버지를 상대로 임차주택의 명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올 수 있다. 임차인이 2회 이상 월세를 체납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때 딸이 소송에 참가하여(소위 독립당사자 참가라고 한다) 집 주인을 상대로 임차주택의 명도와 동시에 임차보증금 3천만원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아니면, 아버지가 패소하여 주택을 명도한 후에, 단독으로 집 주인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만약 집 주인이 임차보증금을 내 주지 않으려면, 계약서에 임차인이 딸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계약자는 딸이 아니고 아버지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점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혹시 딸이 아니라 아버지가 직접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모를까. 만약 그렇다면 아버지가 딸의 대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전세보증금도 대리인으로서 수령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만약 딸이 아버지와 함께 살던 임차주택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이 상실되므로, 집 주인이 그 후에 임차 주택에 저당권 등을 설정하게 되더라도 임차보증금 반환청구 시 우선권을 부여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임차보증금을 담보로 사채를 쓰는 사람도 많은데, 만약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못하거나 집 주인에게 손해를 끼쳐 그러한 비용을 모두 공제하면, 돌려 줄 임차보증금이 없게 되었을 경우, 사채업자는 집 주인에게 대신 임차보증금을 달라고 할 수 없다.

사채업자들은 흔히 임차보증금을 (가)압류하고 임차보증금반환청구권에 대한 전부명령을 받기도 하는데, 사실 집 주인에게는 아무런 효력도 없다고 보면 된다. 임차보증금이 남아 있으면 그 나머지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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