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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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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인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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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백해영_본지 편집자문위원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초등 3학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영어수업을 했다.

3학년부터 영어수업이 필수교과가 된다하니 아들 친구의 엄마들은 미리 1학년부터 영어학원에 맡기기 시작했다. 이제 1학년부터 필수교과가 된다 하니 부모들은 영어유치원을 찾고 요즘은 대부분의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서 영아기부터 영어교육을 한다.

내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지 않으니 주변의 부모들이 더 안달이다. ‘괜찮아요?’ ‘아이가 주눅들지 않아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을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영어수업을 한 아이는 6학년이 되도록 입도 벙끗 못할 뿐만 아니라 단어시험을 보면 항상 빵점이었다. ‘초등과정은 영어를 그저 흥미위주로 하니까 놀면서 배워놓으면 그래도 도움이 되겠지, 뭘 학원까지 보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던 나도 점점 불안해졌다.

아니 아이의 머리가 모자라지 않고서야 어찌 4년동안 에이, 비, 씨, 디 하고 있었을텐데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영어 좀 한다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결과였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겠다 하고 교육부가 공표하면 그날부터 사교육시장은 열풍이 분다.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단어 몇 개라도 알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6학년 2학기 10월부터 아이는 학원에서 영어를 배웠다. 단 3개월만에 6학년까지의 모든 교과과정의 복습을 하더니 방학 1개월동안 중학교 1학년 1학기 교과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은 학원에서 배운 것을 확인하고 시험을 보아 아이들을 평가매기는 정도라고 단언한다.

영어몰입교육을 한다고 야단이던 차기정부나 영어캠프에다가 원어민강사를 초등학교 등에 1명씩 투입하겠다고 교육예산을 세운 구로구청이나 맥락은 비슷하다. 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뿌리깊은 의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가치관과 철학의 빈곤의 시대, 웰빙의 바람은 불었어도 정신의 풍요는 사라지고 외모와 물질의 웰빙만 남아 속 빈 강정이 된 사회, 과연 영어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일까?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온 나라가 영어, 영어 하니 정말 영어 못하는 사람들은 괜히 주눅드는 이 사회.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주는 초, 중, 고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또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기간이다. 졸업식에 가보니 아이들은 행사 내내 떠들고 야단이다. 진중한 기색이라고는 없다. 학교장의 당부의 말도 내빈의 축사도 그저 허공에 떠돌 뿐. 졸업식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졸업가는 또 왜 그리 구태스러운지......

교육의 실상과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졸업식 내내 씁쓸했다.
교육현장의 구태는 그대로이면서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영어몰입이 아니라 정말 교육의 대안과 미래에 대한 몰입(Think Hard)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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