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공공의 이익 위한 명예훼손행위는 위법성이 없다
상태바
공공의 이익 위한 명예훼손행위는 위법성이 없다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칼럼_ 26] 명예훼손죄를 악용하는 권력자들
얼마 전 안양의 모 사립학교에서, 이 학교 교사들이 학교법인 이사장과 이사장의 아들인 행정실장의 비리와 인사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행정실장이 교사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발하여 처벌을 받게 된 불상사가 있었다.

무려 3명이 약식명령을 받았고, 22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약식명령이란, 검사가 정식으로 기소하여 법원의 재판을 받기 전에 벌금형을 부과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용하면, 그대로 형이 확정되는 검사의 처분을 말한다.

물론 당사자는 이에 불복할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3명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2명은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기소유예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고, 죄가 있지만 검사가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소위 ‘선처’인 것이다.

사실 이사장과 이사장의 아들은 교육청의 감사를 통하여 교비를 유용하는 등의 비리가 있음이 밝혀졌고, 교사들에 대한 일방적인 전보조치가 부적법하다는 등의 지적을 받았지만, 이들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사립학교에 대한 관할 교육청의 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비를 횡령하더라도 횡령한 돈을 다시 메꾸어 넣으면,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특히 사립학교 이사장이 교회라도 끼고 있으면, 교육청도 그들을 쉽게 다루지 못한다.

명예훼손죄로 고발되면, 피고발자는 어쩔 수 없이 경찰서와 검찰청으로 불려다니며 수사를 받게 된다. 또한 검사가 약식명령을 내리면, 비록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전과기록이 남게 될 것이다. 더욱이 당사자가 억울하다 하여 정식재판이라도 청구하면, 무죄를 받게 되더라도 수년간 지리한 재판과정을 거쳐야 한다. 불구속재판의 경우에는 법원이 재판 일정을 구속사건 뒤로 미뤄놓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에서는 패소하는 자가 소송비용을 물게 되지만,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무죄를 받게 되더라도 해당 검사가 또는 국가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는다. 억울하게 구속된 경우에만 그 구속일수에 따라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사법기관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비리를 폭로한 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 명예훼손죄로 고발하는 것이다. 진실한 사실을 폭로하였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실을 폭로한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위 교사들의 경우에는 과연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하여 비리를 바로잡기 위한 충정이 있었는가, 다른 적당한 방법은 없었는가 등을 힘들게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나 명예훼손죄를 써 먹을 수는 없다. 힘없는 사람이 힘있는 사람을 고발할 경우 고발 상대방이 적시한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오히려 무고죄로 걸리기 때문이다.

❚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