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이자제한법 회피 위한 상품판매계약은 무효
상태바
이자제한법 회피 위한 상품판매계약은 무효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11.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컬럼 14]
얼마 전, 50만원을 빌렸다가, 45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받았다는 분과 법률상담을 했다.

급전이 필요해서 광고를 보고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50만원을 빌려 줄 테니 건강식품을 사 달라고 하여, 50만원을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받고, 130만원짜리 홍삼세트를 샀다는 것이다. 즉, 50만원을 빌리는 대신 130만원을 갚아야 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사실은 매매계약서에 홍삼세트 가격을 450만원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채무자가 130만원을 다 갚지 못하고, 80만원만 어찌어찌 해서 갚았는데, 사채업자가 계약서대로 450만원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대부계약에서 물건의 가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사채업자는 형식상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파는 물건은 가치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무엇이든 좋다. 실제로는 대부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사채업자는 이자제한법 상의 이자율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서 이러한 편법을 사용한 것일 뿐이다.

「이자제한법」 및 대통령령인 「최고이자율에 관한 규정」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을 연 30퍼센트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채무자는 이를 초과하는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으며, 초과 지급한 경우라도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사채업자가 위 홍삼세트에 대한 매매대금 450만원을 청구한 데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원칙적으로, 계약은 지켜져야 하므로, 법원도 일단 채무자가 상품을 받았고, 상품에 하자가 없다면, 매매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결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채무자가 홍삼세트를 아직 소비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객관적으로 그 상품의 가격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므로, 만약 홍삼세트의 가격을 450만원으로 책정한 것이 터무니없다면(아마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는 현저히 불공정한 계약으로서 무효가 된다. 우리 민법은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홍삼세트 판매계약은 무효로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채무자는 홍삼세트와 50만원을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 이자도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법원의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고 홍삼세트 판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한다면(만약 이의를 제기하여 다투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어 강제집행을 당하게 된다), 사채업자는 다른 주장을 할 것이다. 즉, 사채업자는 홍삼세트 판매계약은 형식일 뿐이고, 사실은 판매장려금 지급 형식의 대부계약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럴 경우 판매계약은 무효로 되더라도 대부계약은 유효하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다만,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연 30% 한도를 초과하는 이자는 지급할 필요가 없다.


송병춘 변호사 (법무법인 이산)
사채업자들은 서민들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고율의 이자를 착취한다. 은행들은 서민들에게는 담보 없이 신용대출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채업자들에게 자금을 대주어 안정적으로 이자를 취득한다. 정부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에 신용보증을 해 주고(예컨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사업자가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국민들의 세금으로 대신 갚아 준다.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신용으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줄 금융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그러한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신용보증기금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