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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아우르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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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아우르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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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영 (본지 편집자문위원)
며칠 전 우연히 친구가 들고 있는, 재개발하고 있는 강남 잠실 아파트단지의 조감도를 보게 되었다. 평수는 소형에서 대형까지 다양한데 눈에 띄는 건 12평형의 임대아파트다. 맨 구석지에 몇 개동의 임대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휴- 아이들이 학교가서 난 몇 동산다 하면 벌써 몇 평인지가 밝혀지는데 그 잘난 사람들 산다는 강남 그 틈바구니에서 임대아파트 사는 아이들의 처지가 안쓰럽게 다가온다.
그렇게밖에 못할까. 가르지 않을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어 평소에 복지정책에 대해 고민하던 생각이 뒤따른다. 복지시설들을 보면 노인은 노인대로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장애우는 장애우대로 따로 나누어놓는다.

핵가족화된 가족구조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청소년회관에서 그들만이 모여 지내기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살면서 그들의 장래와 삶에 대한 고민을 풍부히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비장애우들과 장애우가 일상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이 넓어지고 비장애우들은 자신에 대한 자족과 자긍이 훨씬 잘 자라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매일 그들끼리만 모여 있을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활력적이며 그들의 살아온 삶과 연륜이 유의미하게 되지 않을까.

청소년기에는 30대를 상상하지 못하고 40대를 상상하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끔찍하기조차 하다. 그 시기에 인생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가 그들의 일생을 구술하게 하고 그것을 받아 적어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했더니 청소년들은 그것을 계기로 자신의 30대와 40대, 50대를 설계하게 되고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매우 즐거워하고 유익해하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꼭 성공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일제하, 전쟁기, 보릿고개시절, 또 산업화시절,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듣게 되는 것이다.

끼리끼리는 편하지만 결국은 고립이고 분열이다. 순환하지 않은 닫힌 사회가 된다.

자신과 다른 처지의 존재들을 얼마나 수용하고 이해하는지가 그 사회의 성숙도라고 본다면 복지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가 보는 것이 어떨까.

얼마 전 구로에서 아무도 없이 혼자서 죽어가야만 했던 4살짜리 아이사건을 접하며 뭐라 할 수 없는 착잡한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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