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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납치’ 전화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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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납치’ 전화사기 기승
  • 송희정
  • 승인 2007.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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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당황 금물 ... 확인전화부터”
구로관내 W고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임수정(가명, 40대)씨는 지난 5월 29일 오후 3시30분께 집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고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 사내가 다짜고짜 “아들 ○○이을 공사장에 붙잡아놓고 있는데 살리고 싶으면 ○○통장 계좌번호로 5천만원을 입금하라”는 말을 전했다. 사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들려온 것은
어린 남자아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몸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들.

임씨는 전화를 끊고서 날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뒤 서둘러 아들이 재학 중인 W고교로 연락을 취했다. 당시 아들은 교실에서 멀쩡히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최근 보름 사이 아이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의 학부모 전화를 3통이나 받았다”며 “경찰의 대처요령 홍보가 미비하다보니 학부모와 교사 모두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목돈을 챙기려는 ‘자녀 납치 및 폭행’ 전화사기가 구로지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 등을 빙자한 세금환급 사기에서부터 올 들어 검찰 등을 사칭한 계좌이체 사기까지 날로 지능화된 사기수법에 이제는 잔인함까지 더해지고 있는 것.

임씨처럼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녀의 위치를 확인한 경우는 천만다행이지만 일부 사기범들은 부모가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만든 뒤 인터넷뱅킹 등으로 즉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학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입수험생 자녀를 둔 손지현(가명, 구로동, 40대)씨는 지난 5월 10일 오전 10시30분께 “18층 옥상에 아들을 붙잡고 있으니 돈을 입금하라”는 한통의 전화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손씨는 아들의 핸드폰으로 사실 확인을 해보고 싶었지만 “전화를 끊으면 옥상에서 아들을 밀어버리겠다”는 협박에 인터넷뱅킹으로 800만원을 곧바로 송금했다.

손씨는 아들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전화사기인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일단 피해자가 사기범들에게 돈을 입금하면 공범이 은행에 대기해 있다가 즉시 돈을 인출해버리는데다 범행에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은행계좌 또한 타인명의로 개설된 것이기에 범인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를 빼낸 뒤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사기행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침착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핸드폰에 ‘발신자 표시 금지’나 처음 보는 국제번호가 뜨면 즉시 의심하고 상대방의 말투가 어눌하거나 억양이 이상해도 일단 주의를 기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자녀 납치 전화사기에 대한 대처요령 등을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달하는 것은 어려워 주로 언론 등 매체를 통해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며 “자녀 납치 전화를 받더라도 우선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야하며 평소 자녀의 동선을 미리 알아뒀다가 돈을 입금하기 전 자녀나 자녀의 친한 친구 혹은 학교 등에 꼭 확인 전화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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