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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가꾸기의 터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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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가꾸기의 터닝포인트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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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발전을 위한 제언 33] 김은희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사무국장)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약칭 도시연대)가 주민참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지 벌써 10년이 넘는다.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도 있었고, 또 수많은 실패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주민참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우리 동네를 변화시키고 가꾸어 나가는 동력이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각 구청별로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가꾸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행정 주도의 가로정비가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관심이 촉발된다면 가로정비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주민간의 교류와 이해가 넓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을가꾸기 사업에 대해 냉정한 평가도 함께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외부공간의 변화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화단을 만들고 벤치를 놓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동네를 돌아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반대하는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개별화된 관계들을 보듬어 안아나가는 과정이 바로 목적이기 때문이다.

구로구청의 마을가꾸기사업 역시 물리적인 공간변화에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관계의 변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조성된 공간의 작은 문화공연은 동네에 활기를 부여한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다른 사례지역 방문은 새로운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며, 덤으로 소풍가는 설레임도 얻을 수 있다.

벼룩시장은 손때 묻은 물건이 이웃에 의해 재탄생되는 계기와 더불어 이웃의 손때와 시간의 켜를 가진 동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슈퍼나 약국 입구의 이동식 경사로 설치는 약자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배려의 출발이다.

이제 마을가꾸기 사업은 ‘화단 만들 장소를 찾아 헤매는 것’에서 ‘내 이웃의 가치를 발견하고 함께 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화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장소를 찾아 떠도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마을가꾸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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