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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우리마을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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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우리마을가꾸기?
  • 송희정
  • 승인 2007.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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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 5년째 본래 취지 퇴색돼
주민 스스로 아름다운 마을공동체를 만든다는 구로구 ‘우리마을가꾸기’ 사업이 관계 공무원들에게는 ‘애물단지’로, 일반 주민들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사업주체들의 마인드와 의지 부족에, 주민들의 외면까지 더해져 해를 거듭할수록 본래의 취지가 퇴색돼가고 있다.

5년째 벽화그리기․꽃밭조성
사업대상지 바닥 ‘발 동동’

‘노는 땅’이 없어 사업내용을 결정짓지 못했다는 관계 공무원들의 하소연은 올해도 여전하다.

구로구는 2007년 우리마을가꾸기 사업 공모를 지난 3월 15일까지 진행했지만, 기한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동은 구로본동 단 한 곳뿐이다. 이에 구는 3월말까지 기한을 연장하고, 계속해서 서류를 접수하고 있지만 남은 동들이 기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28일 현재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동은 구로본동과 가리봉2동, 고척1․2동, 개봉1․2․3동, 수궁동 등 8개동이며, 주민자치위원회 의결을 거쳐 현재 계획서 작성이 한창인 동은 구로3․6동과 오류2동, 수궁동 등 4개동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동(개발예정지인 가리봉1동은 제외)은 현재까지 내부 결정조차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구로5동의 한 관계자는 “사업 첫해는 공간이 있어 바로 사업신청을 했지만 해가 갈수록 자투리땅을 찾기 힘들다”며 “지난해에도 사업신청을 못했는데 올해도 못하면 어쩌나싶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건 계획서 미제출 동을 독촉해서 사업진행을 서둘러야하는 구청 역시 마찬가지다.

구는 당초 3월 15일까지 공모를 끝내고, 동별 발표회를 거쳐 4월 초순경 지원 사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대로라면 5월경에나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때문에 사업보고를 마친 일부 동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동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우리마을가꾸기 사업이 5~6월경 진행되는데 행사에 임박해 지원 사업 결정이 나면 동에서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이도 엄연히 주민과의 약속인데 신뢰행정 구현을 위해서라도 먼저 보고를 마친 동부터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 중심, 관 주도의 행정문화
주민 ‘외면’, 그들만의 사업추진

우리마을가꾸기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우선 우리마을가꾸기를 추진하는 관계 공무원과 주민대표들의 마인드와 의지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실적 중심의 행정문화와 자치경험의 부족, 새로운 시도를 꺼려하는 경향 등이 주민 참여로 이뤄져야할 우리마을가꾸기를 관(官) 주도의 가로정비사업으로 전락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28일 현재까지 구에 서류 제출을 끝냈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을 확정한 동들의 사업내용을 보면, 벽화그리기와 화단조성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이 우리마을가꾸기로 부적합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5년째 고만고만한 사업들이 동별로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돼 온 걸 감안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리마을가꾸기에 주민 ‘자치’는 없고, ‘동원’만 있다”라는 평가가 결코 지나치게 들리지는 않는다.

구는 지난 2월 28일 (사)걷고싶은도시만들기 김은희 사무국장을 초빙해 주민자치위원장과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전국 마을가꾸기 사업의 모범사례를 교육하고, 주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낼 것을 동에 독려했지만 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동에서는 형식적으로 주민공모를 진행하거나 아예 공모 절차 없이 기관과 친밀한 사회단체 임원 회의를 통해 사업내용을 결정했다. 일부 동은 주민 공모를 통해 주민 아이디어가 접수됐음에도 실현 가능성과 사업 효과 등을 들어 제대로 논의조차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여, 30대)은 “구에서 무슨 공고가 나면 또 구청과 친한 몇몇 사람들끼리 뭉쳐 일을 하겠구나싶어 참여하고픈 생각이 안 든다”며 “공무원들에게는 주민 아이디어가 부족해 보이겠지만 함께 고민하고 의논해서 부족함을 메워나가는 일도 마을가꾸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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