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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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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는건지...”
  • 송희정
  • 승인 2007.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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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국제전자 시민참여 포럼행사장 안팎 이모저모
구로구청은 누가 지키나

○…개막식이 끝난 후 행사장 곳곳은 마치 구로구청을 옮겨놓은 듯, 눈에 띄는 내국인 중 열의 아홉은 구로구청 공무원들이었다. 특히 점심식사 후 열린 두 번째 공개토론에는 일선 동장들을 비롯한 각 부서 과장들과 팀장들의 집단 참관이 이뤄져 토론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구청의 한 공무원은 “여기(신라호텔)가 마치 구로구청 같다”며
“아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낯설지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앞서 진행된 첫 번째 공개토론은 개막식 직후 물밀듯 빠져나간 구로지역 인사들로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전자정부를 통한 민주주의와 지역발전을 논하는 토론회장에 구로구의 전자정부와 민주주의를 선도할 구의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딜 가나 꼭 있다?
○…국내외 초청 인사들의 영접을 담당한 공무원들을 가장 애타게 만든 이는 바로 대만의 텐싸이얼수(Tain-Tsair Hsu) 타이난시장. 두 번째 공개토론의 사례발표자이기도 한 그는 대만공항의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연착돼 행사 전날 밤 참석 불가를 통보하기도. 다행히 안개가 걷힌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발표 전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발표자 명단에서 타이난시장을 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담당 직원들은 애간장을 끓여야 했다.

스리랑카의 우베이스 모하메드 엠디야스(Uvais Mohamed Emthiyas) 콜롬보시장은 도착 날짜를 하루 단위로 늦춰 담당 직원을 곤욕스럽게 만들기도. 한 공무원은 “원래 6일 온다더니 정작 6일에는 내일 온다하고, 온다던 7일에는 또 내일 온다고 한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적 행사라서?
○…이번 행사장에서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주빈인 외국인들이 영어로 제작된 각종 홍보물과 자료집 등에 ‘감동’ 할 때 행사장을 방문한 내국인들, 특히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은 한글 자료집 하나 없는 현실에 ‘절망’해야 했다.

공개토론회장을 찾은 한 주민은 “주제가 평소 관심 있는 내용이어서 행사장을 찾았는데 기본적인 일정표도 안보이고, 발표문을 엮은 자료집도 찾을 수가 없다”며 “동시통역사가 뭐라 말해도 쳐다볼 게(책자) 없으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공무원은 “내용 자체가 워낙 어렵다보니 통역시스템을 이용해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민정서와도 멀고...”
○…포럼 첫째 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전날 밤샘 작업 탓에 두 눈이 빨갛게 충혈 된 공무원들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주무 부서인 탓에 행사장도 살펴야하고, 구청 민원도 처리해야 하는 몇몇 부서 직원들은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구로구와 신라호텔을 오가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 공무원은 “구로구 주민의 정서와도 멀고, 삶의 영역과도 동떨어진 이곳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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