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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주차장 건립 ‘삐걱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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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주차장 건립 ‘삐걱 삐걱’
  • 송희정
  • 승인 2007.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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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근린공원인근 구로초 등 민원
“님비현상” “예산낭비” 입장차 첨예

구로관내 공영주차장 건립사업이 주민들의 반대 민원과 이견 제시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처럼 겉돌고 있는 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을 두고 ‘님비현상(지역이기주의)’이라는 지적에서부터 ‘예산낭비’라는 주장까지, 이해관계와 시각차에 따라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황
구로구가 고척2동 고척근린소공원 옆 267번지 일대에 추진 중인 고척2동 마을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민원 제기로 출발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이 사업은 고척2동 고척근린소공원 옆 267번지 일대 500여평 부지에 3층4단 철골조 입체식으로 125면 규모의 주차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총 사업비 70억원 중 이미 시비 16억원과 구비 25억원이 확보된 상태지만 지난해 12월 계획 입안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구는 지난해 12월 27일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업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주차장) 결정안을 심사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전날 사업부지 일대 주민 200여명의 반대 서명이 제출돼 도시계획 입안 절차가 보류됐다.

구에 반대 서명을 제출한 주민들이 제기하는 주장은 한마디로 사업대상지가 주차장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인근의 한 주민(여, 60대)은 “고척근린공원 유료주차장과 고척성당 공영주차장 등 인근에 건립돼 있는 주차장을 확장하면 되는데 잘 살고 있는 주민들을 내쫒고 왜 굳이 이곳에다가 건립하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앞으로 뉴타운으로 개발 될지도 모르는 귀한 땅에 공영주차장 건설을 추진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시설 복합화사업(지하주차장, 체육관, 독서실 등) 일환으로 지난 2004년부터 추진했던 구로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립사업은 주차장 진출입로 문제 등에 대한 학교, 학부모, 구청 등의 이견으로 사업 추진 2년이 넘도록 겉돌고 있다.

구는 구로본동 구로초등학교 운동장 지하에 70~80면 규모의 주차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사업비 37억5,700만원을 모두 확보해둔 상태지만 사업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최근에는 학부모운영위원회에서 구청이 제시한 안건이 또다시 부결되는 등 향후 사업지연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업무산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에 반대하는 한 학부모(40대)는 “1960년대에 건립된 학교가 수년 후 재건축되면 자연스레 주차장과 강당 등이 생기는데 굳이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지금 당장 공사를 하겠다는 건 분명 예산 낭비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뉴타운 지정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제점과 대책
구는 올해 구로관내에 건립하려 계획했던 2건의 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이 모두 좌초될 위기에 봉착하자 대책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구청 교통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편의시설인 주차장을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척2동 공영주차장의 경우 향후 통․반장, 직능단체장 등 지역대표들을 대상으로 상세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로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립사업의 설계와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서울남부교육청은 주차장 진입로 문제에 대한 각 주체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는 이상 사업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 측이 원하는 진입로 설치 등에 대한 구청 측의 명확한 입장과 대책을 듣기 위해 최근 공문을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사업시행자 선정 등 다음 절차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뜻있는 인사들과 주민들은 최근 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에 불거지는 찬․반 논란에 대해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과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 2가지 측면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고척근린공원에서 만난 김인한(고척동, 54)씨는 “남의 집은 되고 내 집은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도 문제지만 주차 수요 분석이나 손익분기점 등 그 곳에 꼭 해야 하는 명확한 근거자료도 없이 무조건 선부터 긋고 보자는 식의 구청도 문제가 있다”며 “구청은 예산 확보만이 능사가 아니라 예산 투입에 대한 효과 분석은 물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또한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구로구의 심각한 주차난을 들어 최근 심해지고 있는 님비현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구로4동의 한 주민(40대, 여)은 지난 2002년 구로4동 현 시설관리공단 앞에 45억원을 들여 3층4단 165면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던 공영주차장이 주민들의 반대로 단층(48면)으로 추진되면서 1면에 1억원짜리 주차장이 만들어진 일을 거론한 뒤 “차 댈 곳이 없어 주차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내 집 앞에는 주차장을 건립하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건 모순적이다”며 “아무 말 없는 다수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후 이 사안을 주민 투표에 부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집 앞만은 안 된다는 님비논리와 확정되지도 않은 개발계획에 대한 기대심리 그리고 행정기관의 안일하고 일방적인 사업추진에 대한 불신 등이 뒤엉킨 가운데 구로관내 다세대․연립주택 주차난 해소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공영주차장 건립사업은 앞으로도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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