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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갈등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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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갈등 어디까지?
  • 송희정
  • 승인 2006.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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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진흙탕 싸움’...주민 위한 신규 사업 ‘제자리걸음’
구로관내 주택형태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이권을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정통성문제 등을 놓고 1년 동안 입주자대표회장만 무려 7번이 바뀐 아파트가 있는가하면, 아파트 관리운영을 둘러싸고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이 해임되거나 스스로 물러난 아파트들도 적잖다.

대부분 아파트들은 이미지 실추에 따른 집값 하락 등을 염려해 내부 문제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반목과 갈등이 곪아져 폭발하기 전에 공론화를 통한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들도 적잖게 터져 나오고 있다.

[실태] = 고척동의 A아파트는 주민과 동대표 내지 동대표 서로간의 갈등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아파트재건축조합 시절부터 누적된 불신과 갈등이 최근 아파트 하자보수 공사 등을 계기로 다시 심화되면서 지난 9월 15일 일부 주민들의 요구로 D동대표가 해임됐는가하면, 남은 동대표 11명 가운데 7명이 사직서에 연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곳의 갈등 당사자들은 모두 “아파트의 발전”을 부르짖고 있지만 문제해결 방법에 있어서는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해임된 D동대표는 위탁관리업체 선정, 하자보수 공사 등 아파트 일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과거부터 누적된 각종 비리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입주자대표회장과 일부 동대표들은 과거의 해묵은 문제들보다는 현재 아파트가 당면한 각종 현안과제들을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비리의 온상’ 내지 ‘불신병’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사이 주민들의 바람과 요구로 추진된 CCTV설치 등 아파트 신규 사업들은 발목이 묶인 채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해야만 했다. 여기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이 6개월이나 지연됐던 사정을 감안하면 조만간 신임대표자를 또다시 선출해야하는 주민들만 애꿎게 피해를 입고 있다.

하자보수금 사용처 문제로 수개월간 내홍을 겪다가 지난 8월 신임 N입주자대표회장 체제 하에서 하자보수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듯했던 개봉동의 B아파트는, 최근 위탁관리업체 선정과 관련한 비리의혹이 불거져 N회장이 또다시 물러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곳은 N회장 사퇴 이후에도 추가의혹을 제기하며 ‘비리척결’을 요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비대위 활동의 불법성과 다수 동대표들의 청렴성’을 주장하는 기존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갈등으로 내홍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후 최근 새롭게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아파트위탁관리업체인 s주택과 입주자대표 N회장을 고발한 상태이다.

이곳의 한 주민은 “도대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이기에 이렇듯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느냐”며 “시민사회단체나 행정기관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아파트 내 투명한 관리와 민주적인 운영의 원칙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개봉동의 E아파트는 지난해 8월부터 1년여 동안 입주자대표회장만 무려 7번 교체됐는가하면 현재까지도 2명이 입주자대표회장이 정통성 문제를 놓고 법적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3기 입주자대표회의 F회장이 불신임 된 후 신임 H회장(도중 사퇴) 및 I회장이 선출되면서 촉발된 정통성 논란은 후대까지 이어져 3기 입주자대표회의 임기가 끝난 지난해 12월경 2개의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돼 2개의 입주자대표회의를 선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후 이곳 아파트는 3기 F회장으로부터 회장 직인을 물려받았다는 G회장 측과 신임 H회장 이후 선출된 J회장(도중 사퇴) 및 K회장 쌍방 간의 정통성 분쟁이 점입가경을 이뤘다.

이에 지난 3월, 보다 못한 주민들이 양측 입주자대표회의를 모두 해산시키고 새롭게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현 O회장 체제의 집행부를 뽑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기 F회장으로부터 입주자대표회장 도장을 인계받은 G회장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곳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장의 명칭 및 도장 사용, 세무서 고유번호증 발급 등을 놓고 수개월째 갈등과 법적소송 등을 빚었다.

이곳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올봄 시작할 예정이던 외벽 도색작업이 지연되는 등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입주자대표는 말 그대로 입주자를 위한 봉사직인데 전체 입주자의 재산을 볼모로 이권다툼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원인과 대책] = 아파트 관리와 운영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입주자대표의 인식부족과 입주자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파트는 이미 단순한 주거영역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처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치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구성원들의 참여의식과 공동체 의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아파트 관리 예산은 아파트단지 규모에 따라 작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지만, 입주민 대부분은 “고작 관리비가 얼마나 된다고…”하며 아파트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아파트공동체운동에 뜻있는 많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아파트 내 분쟁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아파트관리규약에 입각한 민주적인 운영과 투명한 관리,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토론문화 정착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에 거점을 두고 아파트 관련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의 최병우 사무국장은 “아파트 건강성의 바로미터인 아파트관리규약은 그 중요성에 비해 상당수 동대표들과 주민들조차도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동대표 및 주민들의 자기반성도 있어야 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에서 표준관리규약을 만들어 동대표들을 교육시키거나 분쟁 판례집을 제작해 아파트마다 비치토록 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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