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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역사 섬돌야학 존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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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역사 섬돌야학 존폐 위기
  • 김윤영
  • 승인 2006.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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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지원금 끊겨, 공간 확보 절실
지난 1일 구로구청 홈페이지에 ‘섬돌야학의 일원으로 구청장님께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안타까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정부 지원금 중단으로 운영할 공간이 없어져 야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으며, 야학을 찾는 아주머니와 청소년 등 주민들이 공부할 기회를 잃게 됐다는 내용이다.

섬돌야학(구로5동, 영서중학교 인근)의 하루는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매일 밤 이시간이면 20여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 배움의 때를 놓친 40, 50대 어머니들부터 10대 청소년들까지 매일 밤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학업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최근 많은 이들의 마지막 배움터와 같은 이곳 야학은 청소년이 아닌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정부지원금이 끊겨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섬돌야학의 경우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서울시로부터 매년 운영비 530만원씩을 지원받고 있지
만 건물 한 달 임대료 45만원을 치루고 나면 야학 운영만으로도 빠듯한 실정이다. 때문에 나머지 공과금이라던가 사무용품 등 필요한 비용은 교사와 일부 학생들이 매달 1만원씩 걷어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봉사하면서도 회비까지 내가며 활동해온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20평 남짓의 공간을 마련할 돈이 없어 야학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섬돌야학 교무부장 신준영(25) 교사의 말처럼 야학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존재 하는 것”이다.

신 교사는 “섬돌야학은 배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곳”이라며 “우선 공간만 확보된다면 다른 예산은 자체적으로 꾸려가겠는데 지금으로선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고 말했다.

야학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배움을 접어야 했던 이들의 학교이기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라는 딱딱한 관계를 넘어서 “형, 동생”하며 인생 이야기도 나누는 도심 속 아늑한 쉼터이기도 하다. 92년부터 이어져온 섬돌야학의 역사 또한 숨결 따뜻한 사람들이 엮어낸 휴머니즘의 역사이다.

이곳 야학에서 뒤늦게 배움의 기쁨과 사람 사는 인정을 누리게 된 이들은 앞으로 닥칠 공간의 부재와 함께 과연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도움줄 곳 839-1133, 홈페이지 sumdol.cyworld.com(아름다운 사람, 섬돌인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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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임즈 2006.9.18일자 발행

daphne210@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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