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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두 개 구(區) 주민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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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두 개 구(區) 주민 ‘골탕’
  • 송희정
  • 승인 2006.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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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입주앞둔 구로1동 한일유엔아이 아파트
▲ 구로구와 금천구의 경계선 때문에 1개동 70여세대가 타구 주민이 된 한일유엔아이 아파트 전경.
불합리한 행정구역을 개선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민선시대 자치단체의 정치논리에 번번이 좌절되고 있어 이에 대한 상급기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문제의 지역은 아파트단지 안을 관통하는 구로구와 금천구의 경계선 때문에 ‘한 지붕 두 개 구민’이 상존하는 구로1동 한일유앤아이 아파트단지다.

-조 합 “주민99% 구로구 편입 희망”
-금천구청 “땅 잃으면 주민 비난 빗발”


최근 이곳 재건축사업을 마무리 지은 칠성2차아파트재건축주택조합(조합장 김성환)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부지 5000여평 가운데 구로구 땅이 4000여평이고, 금천구 땅이 1000여평이라는 것. 따라서 이곳 부지에 건립된 아파트 8개동 가운데 101동은 금천구 가산동에, 104~108동은 구로구 구로1동에, 나머지 102동과 103동은 그 경계에 걸쳐서 건립됐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자치구 간의 행정구역 조정이 없는 한 이곳 주민들은 세금 납부부터 쓰레기봉투 구입, 청소업체 선정까지 편입된 행정구에 따라 ‘제각각’ 추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 지역의 불합리한 행정구역 선을 조정하려는 조합 측의 노력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구로구청의 사업승인이 떨어지고 본격 공사에 돌입한 조합은 그해 느닷없이 금천구청으로부터 ‘우리 땅에 대한 행정지도는 우리가 하겠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업승인을 앞두고 금천구청에 재건축사업계획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을 때만해도 별다른 이견을 통보받지 못한 조합으로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그날 이후 조합은 ‘구로구로의 편입을 희망 한다’는 조합원 99%의 서명서를 들고 금천구청과 구로구청, 서울시, 행정자치부 등을 분주히 오가며 행정구역 경계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천구청으로 되돌아온 답변은 번번이 ‘거절’이었다. 구의 인구, 면적 및 재정 등 여건을 감안할 때 수용키 어렵다는 게 거절 이유. 행자부 또한 자치단체 관할구역 변경의 문제는 해당 자치구의회의 의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2005년 1월 금천구의회에서 ‘구로구 땅까지 금천구로 편입해야한다’는 다소 황당한 의견청취 안이 가결된 후 조합측이 ‘구로구 편입 희망’을 골자로 재심요청을 했지만 결과는 역시 ‘부결’이었다. 이에 조합은 구로구청과 협의해 세수는 금천구청에 보존해주고, 대신 행정관리는 구로구청에 일임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사업승인 당시 금천구청 관계부서의 의견을 받았을 때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재건축 공정이 60~70%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자기네 땅 찾겠다고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냐”며 “조합원 99%가 구로구로의 편입을 원하는데 주민 위한다는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구로구 관할인 땅까지 내놔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천구청 측의 최근 입장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금천구청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이곳과 같은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지만 지금껏 단 한곳도 행정구역 조정이 성사된 일이 없다”며 “만일 문제의 땅을 구로구로 넘겨주게 되면 있는 땅도 빼앗기는 무능한 단체장과 의원들이라는 금천구 주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하는 데다 정치적으로 상대 당에게 이용당할 소지도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서울시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행정구역 조정을 놓고 자치구간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구로구-금천구를 비롯해 관악구-동작구, 중구-성동구, 동대문구-성북구 등 4곳으로, 이 중 조정 합의가 이뤄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청 행정과 행정팀 홍성완 주임은 “행정구역 경계를 놓고 자치구간 조정이 어려울 경우 시가 조정회의를 열어 조정안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 이행력이 없다보니 중재기능을 하기엔 한계가 따른다”며 “자치구간의 행정구역 조정은 자치구의회의 의결을 거쳐 광역단체와 행자부를 통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지만 전제조건인 구의회 의결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구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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