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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초등학교 무늬만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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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초등학교 무늬만 ‘스쿨존’
  • 송희정
  • 승인 2006.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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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계획 후퇴…낮은 턱에 울타리도 없어
구로관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이 초등학교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모진 수난을 겪고 있다.

학교운영주체와 관계당국이 마련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 공청회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에만 수차례에 걸쳐 맥없이 무산됐는가 하면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가까스로 합의에 도달한 곳들도 실질적인 통학안전 확보기능이 상실된 채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이 된 예가 적잖다.

- 학교운영주체 “주민 설득에 온갖 고초”
- 경찰․구청…사업대상지 산적 ‘골머리’

고척2동에 위치한 세곡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모두 3번이나 공청회가 무산됐다. 계획대로였다면 학교 정문 앞을 관통하며 200여m남짓 이어진 이곳 이면도로에는 지난해 말경 보도(인도)가 깔리고, 도로와 보도 경계엔 안전울타리가 쳐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이면도로에 인접한 일부 건물주들과 상인들의 반대로 줄곧 수포로 돌아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뜩이나 주차환경이 열악한데 보도가 깔리고 안전울타리가 쳐지면 그나마 활용했던 주차공간마저 없어진다는 것. 매일 트럭으로 물건을 받는 일부 상인들은 장사에 방해 될 것을 우려해 결사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이곳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던 것이, 올 봄 학교 임직원, 학부모들이 당초 계획에서 몇 걸음 후퇴한 계획안을 들고서 건물주들과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득한 끝에 지난달 말부터 본격 보도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초 계획에서 후퇴한 안이라는 게 실질적인 통학안전 확보에는 별로 큰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기본 설계는 높이 20cm에 너비 1.5m정도의 보도를 설치하고 반드시 안전울타리를 세우게끔 돼 있지만 이곳의 경우엔 주민들의 반대와 열악한 도로여건으로 높이 5cm에 너비 1.2~3인 보도에 안전울타리조차 없는 기형적인 어린이보호구역이 탄생한 것이다.

세곡초 녹색어머니회 이영미 회장은 “건물주들과 상인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걸 보고 과연 스쿨존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정말 한심스럽다”며 “등하교길 비좁은 보도에서 밀려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찔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구로6동에 위치한 동구로초등학교의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두 차례 공청회가 무산된 이후 모든 계획이 답보상태에 놓였던 이곳은 지난 3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열악한 통학로가 방영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주민 설득을 위해 이곳 또한 변형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안을 내놓아야 했다.

이곳 이복삼 교장은 “말 그대로 어린이보호구역인데 야트막한 보도블럭 하나 깐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며 “여기까지 하는 데도 녹색어머니회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주민들을 설득하러 다는 등 온갖 고초를 다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이보호구역의 지정과 관리를 맡은 구로경찰서와 예산 확보 및 시공을 맡은 구로구청 역시 개선사업 추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로구청 교통행정과에 따르면 관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은 2003년 구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 세곡초등학교까지 관내 23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사업인데 학교 인근 주민과의 의견조율 실패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예가 많다는 것. 당장 올해 기본설계에 들어간 개봉․개웅․고척․오류․신도림․구로․영서․매봉․구로남 초등학교만 해도 진입로 여건이 열악해 난항이 예상되는 곳이 적잖다는 게 교통행정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통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사업계획은 학교 반경 300m 내 보도의 턱을 높이고 안전울타리를 쳐서 과속 차량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워낙에 달라서 적용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낮은 보도라도 억지로 까는 이유는 보도 없는 일방 통행길에서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나마 피해보상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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