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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구의회 첫날부터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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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구의회 첫날부터 파행
  • 송희정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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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성 독식· 등원 거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제5대 구로구의회가 정파 간 ‘자리다툼’으로 개원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의회 다수파인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원 구성을 독식한 데다 이에 맞서 소수파인 열린우리당이 등원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을 보인 것이다.

의회 파행은 지난 6월 중순경부터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5·31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 갑·을 당원협의회 위원장들과 구의원 당선자들이 강원도 홍천으로 1박2일간 워크숍 다녀온 뒤 그 안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에 대한 사전조율 및 싹쓸이 움직임은 지역정가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의 등원 거부 역시 선거일 훨씬 전부터 일부 의원들로부터 격양된 목소리로 터져 나온 내용이었다.

때문에 최근의 관심은 원구성일 직전까지 이 같은 정파 간 대립과 갈등 양상이 각 당 중진급 의원들의 리더십에 의해 과연 얼마만큼 모양새 좋게 갈무리 될 수 있느냐에 쏠려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귀결됐다.
한나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제5대 구의회 등원 첫날인 지난 3일 진행된 의장단 선거에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3석 등 총 5석을 독식했다. 10대1로 대표되는 선거별 득표 양상에서도 알 수 있듯, 이날 투표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마치 사전 각본이 있었던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합의 없는 의장단 선출에 대해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열린우리당 의원들 또한 선거 직전 자체 모임을 갖고 의회 첫 등원일인 지난 3일 전원 출석 거부키로 당 차원에서 결의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결국 5대 구의회 전반기 2년을 책임질 의장단 선거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은 공개 토론의 장이 아닌 원 바깥의 정당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됐다.

지난 3일 ‘반쪽짜리’ 원구성 이후 각 당에서 들려오는 나름의 논리와 주장이 있기는 하다.

“16개 의석 중 11개석을 차지한 다수파로선 당연한 결과”라는 한나라당의 논리와 “소수지만 5개 의석을 가진 당에게 한 자리는 줬어야 했는데 해도 너무했다”라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목소리 어디에도 주민 기대와 바람에 대한 고려는 없어 이를 바라보는 주민유권자들을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5대 구의회 전반기 2년을 이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이 한나라당 11명 의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은 향후 의회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를 놓고 되풀이되는 “당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식의 해명은 5대 의원들의 의정 방향이 소신과 민심에 앞서 향후 어디로 쏠릴 것인지를 십분 짐작케 하면서 정당공천제에 따른 폐해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가중시켜주고 있다.

건강한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주민들의 꿈은 결국 5대 구의회 첫발부터 퇴색되어버렸다.





[구의회 의장단 선거 이모저모]

구로구의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선거가 열린 지난 3일 본회의장 표정은 어떠했을까?
이날 현장에서 불거진 갖가지 양상들은 구로구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되짚어 볼만하다.

무효표는 누구?

○… 의장선거에서 무효표만 무려 3장이 나왔다.
한나라당 내부의 사전 조율을 감안했을 때 무효표의 의미는 김경훈(3선) 신임의장 내정자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거부 표시라는 게 지역정가의 중론. 의회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무효표에 기재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의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밝힐 수는 없으며 민감한 시기가 지난 후 공개하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실수 덕에 모양새 좋아져?

○… 엄숙하고 조용하게 진행된 이날 선거에서는 딱 한 번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날 개표 결과 운영위원장 선거에서 박상민(초선) 의원이 10표, 황규복(2선) 의원이 1표를 얻고, 내무행정위원장 선거에서 황규복 의원이 10표, 박상민 후보가 1표를 얻자, 돌연 의원석에서 “거꾸로 쓴 것 아니냐?”라는 발언이 불거졌고 회의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의회 선거가 처음이라 미숙해서 혼동한 것 같다”며 “그 덕에 한 사람에게 몰표가 간 것보다는 모양새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의원 선서식

○…이날 오후 개회식에는 ‘의원 선서식’이 마련됐지만 결국 의석 5곳은 텅 빈 채로 ‘반쪽짜리’ 선서식이 진행됐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미 다 정해놓은 상태에서 손만 들어주는 게 싫어서 불참했다”며 “이런 기분에 무슨 기분으로 의원 선서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원구성 때는 이해를 한다손 쳐도 의원선서까지 안 한 건 너무한 일”이라며 “잘잘못 따지면 우리나 거기나 비슷비슷하다”고 일침을 놨다.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오후 3시에 열린 양대웅 구청장 취임식에는 전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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