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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골대라도 하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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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골대라도 하나 있다면…”
  • 송희정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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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소리] 구로4동에 사는 정옥영 씨
구로4동에 거주하는 정옥영(38, 여) 씨는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가 동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네에서 함께 놀 궁리를 하던 아이들이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최종 합의한 놀이가 바로 ‘깡통 차기’였던 것.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 연립주택단지 내 좁은 골목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기껏해야 그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는 정 씨다.

-과밀 주택가, 아이들 놀 곳 없어.
-앞날 내다보는 도시개발 절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PC앞에만 앉아있는 아이에게 나가서 놀라는 말을 하고 싶어도 놀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답답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생인 둘째와 셋째도 마찬가지죠. 집에서 한참 떨어진 구로리어린이공원이나 두산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오는 아이들을 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정 씨는 이 모든 게 앞을 내다보지 못한 막무가내 식 도시개발이 낳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달동네였던 이곳이 재개발될 당시, 정책입안자들이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이 했더라면, 적어도 주택간 이격거리나 도로, 공원 등의 기반시설이 이렇게 열악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인근에 매물로 나온 연립주택을 구청이 매입해서 공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줬으면 해요. 그래서 농구골대 하나라도 세워주면 공부 때문에 지친 아이들이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겁니다.”

늦은 밤, 골목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는 청소년들을 볼 때마다 정 씨는 이러한 바람이 더욱더 간절해진다고. 난개발과 탁상행정 등의 피해는 다름 아닌 우리네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아 안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꿰뚫고 있는 정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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