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상태바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 송희정
  • 승인 2006.06.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오락실(1) 실태와 문제점...도로변에 주택가까지
‘불법도박장’ ‘독버섯’ 주민들 우려


구로관내 곳곳에 침투한 성인오락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대로변 및 주요 간선도로변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에까지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성인오락실은 구로지역의 주거환경 및 교육환경을 저해하는 유해업소이자, 불경기를 틈타 지역 서민층의 호주머니를 터는 불법 도박장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로타임즈는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성인오락실에 대한 기획보도를 앞으로 2회에 걸쳐 구로관내 실태를 진단․분석하고, 향후 대안책 마련을 위한 지역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구로관내 성인오락실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보도한다.

# 현장 1. “오늘 번 돈, 오늘 다 써”

“이거 배우지 마요. 완전 노름이야. 빠져들면 신세 망치기 딱 좋다니까.”
지난 22일 밤 8시경 구로4동에 위치한 K스크린경마장. 매장 이곳저곳을 기웃대며 게임 룰을 묻고 다니는 기자에게 40대로 보이는 한 중년남성이 지나가듯 툭 던진 말이다.

그는 개인모니터 옆에 설치된 현금 투입구를 가리키며 “저기에 만원을 넣으면 게임머니 200점이 생기는데 그것갖고는 5분이면 끝난다”며 “그게 아쉬워 몇날며칠 계속 (돈을) 집어넣다 보면 하루 일당은 물론이고 적금과 집까지 날리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곳 50여평 매장을 빼곡히 메운 손님들만 줄잡아 150여명. 대부분 40~50대 일용직 노동자로 짐작되는 이들은 주변사람들과의 별다른 대화도 없이 충혈 된 눈으로 홀 벽면의 경마스크린과 앉은자리의 개인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 2. “10분이면 만원 털려”

같은 날 9시경 인근에 위치한 B피시게임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느 피시방과는 달리 정장을 갖춰 입은 20대 종업원이 깍듯이 인사를 하며 자리를 안내한다. 처음 해보는 사람이어도 상관없냐는 질문에 종업원은 손사래를 치며 “아무 문제없다. 포커만 칠 줄 알면 된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처음에는 3만원부터 충전하기 시작해 가속이 붙으면 한판에 50만원씩 배팅을 하기도 한다”며 “인근의 경마나 릴게임장과는 달리 이곳은 시간당 이용금액 제한도 없고, 게임머니도 수수료 5%만 떼고 게임방 내 환전소에서 곧바로 현찰로 교환해 주기에 진짜 프로들은 여기로 다 모인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의 환한 조명 아래서 PC모니터를 응시하며 포커도박 삼매경에 빠진 이들 대부분은 20~30대 젊은층. 네트워크로 전국의 체인게임방과 연결돼 있기에 2~5명의 익명의 인물들과 스릴 넘치는 도박게임을 즐긴다.

이날 처음으로 인터넷 도박 프로그램을 접해봤다는 한 고객(28)은 “호기심에 만원어치를 충전해서 해봤는데 배팅금액이 순식간에 무섭게 불더니 10분도 채 안 지나서 모두 날렸다”고 말했다.

■실태와 문제점
최근 폐업한 상점에는 반드시 성인오락실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관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성인오락실. 겉보기에는 일반 피시방이나 오락실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 성인오락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머니 대신 발급해주는 상품권이 현금처럼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성인오락실 가까운 곳에는 반드시 환전소가 자리한다.

관할 구청에 ‘일반게임장’으로 등록돼 있는 이들 성인오락실들은 시간당 총 이용금액이 9만원 미만이어야 하고, 1회 게임시간이 4초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실제 구속력은 미비한 수준이다.

스크린경마게임장의 경우 수십만원 어치의 게임머니를 따더라도 한 게임당 5천원짜리 상품권 1장(시간당 17장)만 발급토록 기계 자체를 제어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배팅머니로 계속 사용할 수 있기에 고액을 배당받은 이용자들은 많은 상품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키며 밤낮없이 게임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일용직노동자라고 직업을 밝힌 한 주민(40대)은 “한번은 고액배당이 터져서 10만점(500만원어치)을 딴 동료가 있었는데 사흘밤낮동안 잠도 안자고 모니터를 껴안고 있었다”며 “잃으면 잃는 대로, 따면 따는 대로 손 끊을 수 없게 만드는 게 바로 스크린경마게임의 무서움”이라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의 릴게임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100여평 남짓 대형매장에 80~90여대의 릴게임기(일명 슬롯머신)를 갖춰놓은 이곳은 컴퓨터프로그램에 의해 승률이 결정된다. 이용자는 라이터 같은 물건을 사용해 게임재생 버튼만 눌러주면 충전된 금액만큼 게임기가 가동된다. 때문에 한 사람이 릴게임기 4~5대를 점유하고서 한꺼번에 가동시키는 일도 가능하다.

게임장에서 만난 한 여성(50대)은 “잘 나갈 때에는 시간당 게임기 5대를 갖고서 한 대당 8만원씩 모두 40만원 어치를 충전시켜놓고 돌린 적도 있다”며 “한번 맛을 들이면 꿈에서도 릴게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새롭게 등장한 사행성PC게임장과 비교하면 이들 ‘일반게임장’들은 그래도 양반인 편이다.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사행성PC게임방의 경우 자유업으로 사업자등록증만 갖추면 영업할 수 있기에 구로관내에서도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바카라’ ‘바둑이’ ‘룰루랄라’ 등의 간판을 달고서 전국 체인망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별다른 시설 없이 PC 몇 대와 간단한 집기만 갖추면 어디서나 영업할 수 있는데다 등록제인 일반게임장과는 달리 시간당 이용금액 등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판돈이 커지면 앉은 자리에서 수백만원을 잃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게임머니를 상품권이 아닌 현금으로 바로 지급하고 있기에 일반 카지노 도박장과 다를 바가 없다.

구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경 구로관내에서 사행성PC게임방 한곳을 적발한 이후 4월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단속하는 수만큼 새로운 곳이 생겨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곳은 말 그대로 전국단위의 도박장으로, 경찰 적발 시 업주와 종업원, 손님까지 형법상 도박혐의로 검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