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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화된 채식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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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화된 채식운동 *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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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적 물장구를 쳤던 마을은 우리나라 최남단 전남 고흥에 위치한 아주 한적한 시골 동네다. 서울에서 승용차를 타고 8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먼 산골 마을. 오솔길을 따라 40여가구가 움집처럼 모여 사는 산골마을 중 산골마을이다.

산으로 사방이 둘러 쌓였으며 마을 앞 저수지에서 아홉 마리 龍(용)이 승천했다는 전설 때문에 九龍(구룡)이란 마을로 일컫는다. 내가 낳고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60년대는 산과 들과 저수지, 그리고 마을 뒤쪽에 있는 바다는 늘 푸름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이런 자연의 푸름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고, 더우면 저수지와 바다로 가 더위를 달랬으며 추우면 화로 옆에서 추위를 달랬다.

음식은 채소류가 주류를 이루었고 당시 배추, 상추, 무, 가지, 오이, 쑥, 호박 등이 반찬의 주된 메뉴였다. 가난했기 때문에 고기를 사먹지 못했고 채식을 하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채식주의자가 자연스럽게 됐다. 이렇게 채식을 하면서도 현재와 같이 아픈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었고 아픈 사람이 없었기에 약국과 병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오지이기 때문에 약국과 병원이 존재 않는 이유도 있다.)

간혹 노환이나 막걸리 등 술을 과음해 아픈 사람, 추운 날씨에 감기를 앓은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특별히 아픈 사람은 없었다. 가끔 아픈 환자가 있으면 20km 떨어진 고흥 읍내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 병원이라기보다 조그만 의원인 셈이다.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스피커와 볼륨장치만 있는 라디오다. 소리가 신기했고, 라디오 속에 조그만 사람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착각도 했다. 집집마다 검은 두 가닥의 삐삐선을 따라 연결된 라디오 스피커. 동각(부락 사무소)에 있는 라디오 한 대가 외부 소식을 전해 주는 유일한 통로였고 구장(이장)에 의해 들려준 한 대의 라디오가 마을의 화제였다.

70년대 전기(電氣)의 등장으로 흑백텔레비전이 보급됐고 흑백텔레비전은 동네 사람들에게 신기함을 더해주었다. 전기의 등장으로 전기밥통, 전기 밥솥, 전기 후라이팬 등이 등장했고 물기 있는 손으로 만지다 감전사고를 당한 동네 아주머니들이 비일비재했다. 전기에 대한 상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용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가정경제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재앙은 시작됐다. 불을 지퍼 밥을 짓고 온돌방을 따뜻하게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하나 둘 사라지며 전기장판 등으로 대체됐고 서양식 발전은 계속됐다. 특히 1980년대 경제성장으로 우리 시골동네도 전통 채식위주 식단에서 육류의 비율이 높아졌고 성인병과 퇴행성 질환이 증가했다.

현재 시골동네 노인들 대부분은 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지금 생각하면 60~70년대의 가난했던 채식식단에서는 관절염, 당뇨병 등 퇴행성 질환을 찾기 힘들었다. 당시 주민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100살을 사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지금 노인 수명이 길어 진 것은 고기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의학 발달에 기인하고 있다는 일부 의학계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간다.

현재 컴퓨터를 통해 채식주의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컴퓨터 통신 채식동호회(go vega)는 현재 400명의 회원들이 통신상에서 채식정보를 공유하며 활동을 펴고 있다. 2000년 후반 '푸른생명 한국채식연합' 홈페이지가 개설된 후 채식운동은 날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돼 가고있다. 지금의 채식운동은 윤리와 사상적 이유로 채식에 접근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채식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문제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동호인 대부분의 공통점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육류의 증가가 암이나 당뇨병 등 난치병의 주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난치병에 대해 현대의학이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선조들의 건강 식단인 채식은 우리에게 식생활을 통해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는 흐름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고있는 흐름은 환경운동차원의 채식운동이다. 산업축산과 육식문화의 폐해를 제기해온 채식운동은 개인식단 문제를 넘어 유기농 운동과 공동체 환경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33566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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