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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고 보험회사 취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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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고 보험회사 취직하죠"
  • 송희정
  • 승인 2006.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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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늪… 부도 · 관리비 체납 속출
유통·공구상가 단지의 요즘

“재미요? 건너편 셔터 내린 집 안보입니까? 주인이 가게 접고 보험회사 취직했다면 말 다한 거죠.” 지난 4월 25일 오후 3시 고척공구상가에서 만난 K금속 직원(50대)이 한숨과 함께 토해낸 말이다.
한국 산업용품 유통1번지로 불리며 구로구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구로 공구상가단지. 한때 ‘쥐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이곳이 오랜 경기침체로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매출급감과 자금난 등으로 제때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가 하면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 업체들도 적잖다.
구로 공구상가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고척공구상가
고척1동 고척중학교 인근에 자리한 고척공구상가. 지난 1988년 문을 연 이곳은 연면적 1만5,000평 규모에 1,308개 점포와 1200여명의 종사자를 거느리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황금기에 하루 입주 차량 1800여대를 자랑할 정도로 소위 잘나가는 단지였던 이곳도 불황의 칼날을 비켜가진 못했다.
고척산업용품종합상가협동조합(이하 고척협동조합)에 따르면 IMF 이후 지속된 내리막 경기로 자금 회수가 안 돼 한해 부도 업체가 5%대에 이른다는 것. 월 30~40만원하는 관리비를 못내는 업체도 30%정도 되는데다 3개월 장기 체납자의 경우도 10%대에 이른다는 게 고척협동조합측의 설명이다.
고척협동조합 업무과 홍석학 과장은 “이곳은 도소매업과 제조업이 7대3 비율로 공생하는데 최근 자금난에 허덕이는 쪽은 주로 3D업종으로 일컫는 영세 제조업”이라며 “점포 공실률은 2%대로 그리 높지 않으나 업체들의 들고남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비철금속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강춘석(48)씨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원자재 값이 무려 150%나 올라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며 “겉보기에는 빈 점포가 몇 안 되는 듯 보이지만 놀려두기 뭐해 창고로 활용하는 데까지 합하면 실제 공실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기계공구상가
구로구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구로기계공구상가(구로동, 구로역 인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다. 지난 1981년에 설립된 이곳은 연면적 3만1,000평(상가동 33곳, 업무동 1곳) 규모에 1,864개 점포와 255개 지원상가(지하)가 앉혀졌는데 상근 종사자 2만여명에 1일 유동인구만 4~5만여명에 이른다.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사업협동조합(이하 구로협동조합)에 따르면 단지 내 매출이 가장 좋은 달이 3월인데 금년 3월은 경기 호조세를 목격할 수 없었다는 것.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보니 이들과 거래하는 산업용품 도소매업종 또한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게 구로협동조합측의 설명이다.
구로협동조합 관리과 백정택 계장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황금기로 불리던 당시만 해도 점포당 경리직원 1명씩을 둘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IMF가 닥치기 1년 전부터 경리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0%정도만 남았다”며 “조합 설립 때부터 입주해 고정 고객을 많이 거느린 업체들은 먹고 살만하지만 아닌 경우에는 관리비를 못 낼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인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건축용 볼트를 취급하는 한 업주(40대)는 “이곳은 같은 6평짜리 점포를 운영해도 강남에 살며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관리비조차 부담스러워 문을 닫는 사람이 있다”며 “최근엔 환율 급락으로 자재수입(오퍼상) 쪽에 손을 대는 업주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유통상가
지난 1996년 청계천에서 장사하던 거상(巨商)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중앙유통산업단지의 경우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연면적 9만3,000여평에 점포 4,148개를 들인 이곳은 월 관리비를 못내는 입주업체가 2%대로 여타 상가보다는 연체율이 낮은 편이다.
중앙유통산업단지 박찬우 상무이사는 “업체가 들고나는 변동률은 월 2%대 정도며, 공실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입지 여건이 좋은데다 초창기 분양할 때 거상들이 많이 들어 오다보니 다른 곳보다는 경기를 덜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 내 입주한 한 업주(51,J계기)는 “고척공구상가나 구로기계공구상가에 비해 관리비가 비싼 편이지만 입지조건이나 거상들의 존재 때문에 다른 상가에서 돈 번 사람들 중에는 이곳으로 가게를 옮기는 사례가 적잖다”며 “하지만 매출 급감과 자금난 등 업주들의 체감경기는 지역의 다른 상가들과 별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송희정 기자
shj@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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