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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한 말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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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한 말 책임져라"
  • 송희정
  • 승인 2006.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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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든 아파트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 "이제와 모르는 약속?"
고척1동에 위치한 서울가든아파트 입주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철썩 같이 믿어온 약속 한 가지가 있다. 10여년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관계자가 이곳 주민들 앞에서 ‘오류변전소 부지 내 철탑을 지중화(地中化)한 뒤 지상에는 주민공원을 만들겠다’고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주민들은 최근 이 같은 약속이 깨진 사실을 알고는 깊은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단지 말로 한 약속일뿐 공문서 상에 기록하나 남지 않은 이 약속에 대해 주민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전 측에 오래된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가든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회장 하상훈, 이하 대표회의)는 지난 4월 초 한전 남서울전력관리처에 주민바람을 담은 공문서를 발송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한전측이 지난 3월부터 서울가든아파트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오류 변전소 부지를 직원 복지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량의 흙과 모래를 들이는 공사를 진행했었다는 것.

2년전 부지 내 철탑이 지중화 된 후 이제나저제나 공원조성 공사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허탈함과 배신감 그리고 덤으로 담장을 넘는 흙먼지까지 감내해야했다는 게 대표회의측의 설명이다.

대표회의 유경환 총무는 “입주 초기에는 곧 옮긴다고 말했다가, 전자파 피해가 불거졌을 때는 곧 공원조성하겠다 약속했다가 이제 와서는 직원이 활용할 체육관이다, 주말농장이다, 사옥이다 등등 아파트를 찾은 한전 직원들마다 말을 바꾸고 있다”며 “한전은 주민들이 그간 감수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남은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인근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전측은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한전 남서울전력관리처의 한 관계자는 “당시 주민들에게 공원조성을 약속했던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관련 공문서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활용계획이 잡혀있는 이곳 부지를 놓고 주민과 협의하는 건 힘든 일”이라며 “오류 변전소 부지에는 영서전력소 사옥이 옮겨질 계획으로 향후 시설이 들어서고 남는 여유 공간에는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이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50대,여)은 “지난해에는 부지 안에 야시장을 개설해설랑 그렇게 시끄럽게 하더니 최근엔 흙, 모래 나른다고 온갖 먼지바람 일으키면서도 사전에 말 한마디 없었다”며 “TV방송에서 전자파 유해 보도만 나오면 가족 모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불안에 떨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말로 한 약속이라고 못 지킨다고 하면 그게 무슨 공기업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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