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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체온 느낄 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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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체온 느낄 때 행복해요'
  • 송희정
  • 승인 2006.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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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낸 우신고 조태진 교사
'초보 전업주부로 나선 지 1개월'

밥하고 빨래하는 남성은 이제 별스럽지 않은 얘깃거리지만, 만약 그 남성이 젖먹이를 키우기 위해 아내 대신 직장까지 쉬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우신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궁더쿵 공동육아 어린이집(궁동)'의 이사장인 조태진(37,궁동)씨는 지난 3월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하고 자발적 ‘전업주부’가 됐다. 뜨악해하는 집안어르신들의 반응에도 5개월 된 갓난아이를 위해 그리고 일복 많은 아내를 위해 스스로 흔쾌히 결정한 일이다.

“회사일이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부터 아이 키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생산적인 일인지 깨달았어요. 특히 첫째 현빈(6세)이를 먹이고 재우면서 아이 키우는 맛을 제대로 봤죠. 그래서 아내에게 둘째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어요.”

당찬 각오로 시작한 일이지만 ‘전업주부’의 일상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의욕이 앞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결국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결국 3일째 되는 날부터는 군기(?) 바짝 들어간 몸에 힘을 빼고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안일은 정말이지 끝이 없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서 두 아이 먹이고, 오전에 큰 아이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 집에 와서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면 벌써 시간이 자정이에요. 그래서 마음을 조금 여유롭게 고쳐먹었죠. 일은 힘들지만 아이가 내 품에 안겨 편히 잘 때 그리고 아이 체온을 느낄 때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습니다.”

전업주부 생활 이제 1개월째. 아이를 오래 안고 있어도 팔 저림이 없을 정도로 일은 몸에 배었지만 전에 없이 불쑥 찾아오는 서운한 마음은 그로서도 어찌할 수 없다고. 아내가 저녁 반찬 투정을 할 때나 집에 와서 피곤하다며 꼼짝하지 않을 때 드는 섭섭한 마음은 여느 주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그는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이 일이 힘들고 지치는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사는 평생에 이런 순간이 다시 오지는 않을 테니 이 순간 행복감을 놓치지 말고 즐겁게 살아갑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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