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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선거구제 고민…걱정…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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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선거구제 고민…걱정…기대
  • 송희정
  • 승인 2006.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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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선거_현장] “얼굴 모르는 이 태반”...“고향보다 출신 동 물어”
“다른 동 사람들이 많다보니 누가 누구인지 구분조차 안 돼요”

지난 2일 궁동 우신빌라에서 만난 한 주민(62,여)이 그날 받아놓은 여러 장의 구의원 후보들의 명함을 펼쳐놓고 토로한 말이다.

기초의원 선거가 중선거구제로 처음 치러지면서 새로운 선거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주민의 고민=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구의원을 뽑아야 한다는 점도 아직 생소한데다 다른 동 출신 후보들에 대한 인물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후보 명함과 공보물만 살펴야 하는 유권자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일부 주민은 이번 선거 결과 다른 동 출신들로만 구의원이 선출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민원 소외 현상을 걱정하며 소지역주의에 기댄 선거행위를 주창하기도 한다.

구로시장에서 만난 유모(50대)씨는 요즘 길에서 명함을 건네는 후보를 만날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고. 유씨는 “한 동네서 오래 살다보니 웬만한 후보들은 다 알고 지내는데 요즘 명함 내미는 후보들 중에는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 더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 동네 출신 후보들에게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척2동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정승호(47)씨의 걱정은 선거 이후 상황에까지 이어진다. 정씨는 “3개 동에서 2명의 의원이 뽑히게 되면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지역 구의원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주민 의사반영이 엷어지면 해당 마을의 민원 해결도 더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4동에 거주하는 정옥영(38)씨의 고민은 좀 더 깊다. 정씨는 “정당 공천까지 받고 나온 의원들이 과연 다른 당 출신 의원들과 힘을 합쳐 우리 동네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까 걱정스럽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의원 몇 명을 더 뽑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무원 고민= 일선 동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고민은 주민들과는 조금 다르다. 구로관내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행사 때 의전문제, 민원 창구, 동 자치단체 임원과의 회의 등 지금으로선 어떤 애로사항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으며, 나중에 부닥쳐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후보들 고민=상황이 이렇다보니 달라진 선거환경에 적응해야하는 후보들의 고민 또한 적잖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동 출신 후보의 경우 지역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출신 동을 강조하고 다니는 반면 인구수가 적은 동 출신의 후보는 동일 선거구 내 타동 주민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J후보는 “요즘은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보다는 어느 동 출신이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며 “다른 동에 가서는 되도록 출신 동 얘기는 피하고, 대신 정책과 공약 쪽에 무게를 실어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주민선택의 폭 넓어진 것”
새로운 선거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주민들 중에는 중선거구제의 실시로 지역 정치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며 기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궁동에서만 40년을 거주했다는 신훈(63,여)씨는 “요즘 세상에 얼굴 안다고 찍어주고,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뽑아주는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넓은 선거구 덕에 후보들 수가 많아져 주민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유권자가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 된 인물들을 뽑아놓으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기획관실 이종문 서기관은 “중선거구제는 과거 소선거구제에 비해 조직선거, 금권선거 등의 폐해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내 지역 출신이 아니면 동네 민원에 무심할 거라는 생각은 단지 기우에 불과하며, 오히려 정당별 후보 안배가 균등하게 이뤄져 후보 간 경쟁과 협력이 예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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