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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멀고 구청은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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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멀고 구청은 가깝다?
  • 송희정
  • 승인 2006.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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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로 보기③]구로오늘신문의 기사실태
한 언론학자는 지역신문이 필요한 이유를, 주민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뉴스와 정보는 바로 주민이 살고 있는 주변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마을의 큰 골칫거리는 요즘 어떻게 풀리고 있는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마을의 별난 인물은 누구인지 등등의 내용은 메이저급 언론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며, 오직 지역에 발 딛은 지역신문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신문 기자의 ‘현장’은 행정기관이 아닌 ‘주민’이다. 주민이 없으면 기자도 없고, 신문도 없고, 행정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삶의 진실과 알토란같은 정보는 늘 주민들 속에서 나온다. 지역신문 기사의 주인공이 ‘주민’이어야하는 진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지는 미디어 바로보기 세 번째 시리즈로 구로오늘신문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본지의 미디어 바로보기 기사(구로타임즈 제147호 4월3일자 3면, 제148호 4월10일자 3면)가 보도된 후 돌연 “환골탈태”를 선언한 <구로오늘신문> 제328호 4월 20일자와 그 전 호인 제327호 4월 12일자 신문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최근 발행된 <구로오늘신문> 제328호와 제327호가 예전 신문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본지가 미디어 바로보기 첫 번째에서 보도한 바 있는 타 신문사의 기사 무단 전재 및 표절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타 신문사에서 무단 전재한 사례는 327호 2면의 ‘벚꽃축제처럼 무궁화축제 그립다’ 독자투고 기사와 같은 호 6면의 ‘무협극이 뭐길래…’ 기사 두 꼭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에 없이 늘어난 기사유형이 있는데 바로 구로구청 관련 기사다.

<구로오늘신문> 제327호 4월 12일자 신문에 실린 총 25개의 기사 꼭지 중에서 구청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기사는 9꼭지다. 여기에 이 신문 1면 머리기사인 ‘영등포교정시설 구로구와 법무부 공동시행…’ 제목의 글처럼 구청 자료에다가 직접 작성한 글 몇 소절을 입히는 방법(구로타임즈 제149호 4월17일자 3면)으로 만든 기사 2꼭지에다가, 구청장 동정 관련 기사 2꼭지, 구청 자료를 분석한 기사 1꼭지 등을 더하면 무려 14꼭지(56%)가 구로구청 및 구로구청장이 주인공인 기사다.

1면 하단부문에서 ‘환골탈태의 정신으로’란 제목의 사고를 통해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스토리를 엮어 읽을거리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구로오늘신문> 제328호 4월 20일자 신문 또한 제327호 신문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신문 총 23개 기사꼭지 가운데 무려 10(43%)개 꼭지가 구청 보도자료를 그대로 앉혔는데, 여기에 서울시내 각급 기관 및 단체 관련 기사까지 합하면 무려 15(65%)개 꼭지가 관청 및 관변단체가 주인공인 기사다.

또한 1면서 구로오늘이 사고를 통해 밝힌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스토리”로 보이는 기사는 3면 ‘검정고시…’제목의 기사와 4~5면에 게재된 ‘웰빙~’ ‘남부교육청~’ ‘영등포농협~’ 등의 제목기사 등 4개 꼭지에 불과했다.

구로관내 타 기관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일순 구로구청 팬이었다가도 구로, 구로, 구로 일색인 구로오늘 신문기사를 읽다보면 낯간지러워서 구청이 잘한다는 마음이 싹 사라진다”며 “주민들에겐 오히려 역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왜 알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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