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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타운’가리봉으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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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타운’가리봉으로 기억
  • 김윤영
  • 승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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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주년]박하사탕 댄서의 순정 등 눈길끄는 영화 다수
공단, 가리봉, 조선족… 영화 속 구로의 또 다른 이름들이다. 80년대 산업화에 억눌린 여공의 삶이나 조선족들의 쪽방 생활이 영화 속에 등장하면 바늘과 실처럼 항상 구로와 연결된다.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영화배우 문근영양의 최근 화제작 ‘댄서의 순정’에서도 구로가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구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가리봉이란 이름이 딱 한번 거론된다. 조선족으로 등장하는 문근영(극중 채린 역)양이 언니 대신 온 것이 밝혀지면서 술집에 팔려간다. 그 문제의 술집이 있는 곳이 가리봉. 왜 하필 가리봉인가? 영화 속 가리봉은 조선족 그리고 술집과 연결된다.

이러한 영화 속 구로 특히 가리봉의 모습은 최근 2,3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삶은 1980년에 개봉한 ‘바람 불어 좋은 날(감독 이장호)’을 시작으로 ‘구로아리랑(박종원 감독, 1989), 장미빛 인생(김홍준 감독, 1994), 돌아보면(김선민 감독, 2001), 박하사탕(이창동 감독, 1999), 가리베가스(김선민 감독, 2005)’로 이어진다.

쉬리, 올드보이 등으로 지금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배우 최민식씨의 첫 영화 ‘구로 아리랑’이 구로공단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영화다.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고 절규하며 죽어간 구로공단 봉제 공장 여공들이 엮어가는 삶을 그린 것으로, 구로의 6,70년대 상처투성이인 공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박하사탕’에서도 구로공단 야학에 다녔던 영호(극중 설경구)의 절망뿐인 삶이 그려진다.

영화 속 구로는 이렇듯 항상 상처투성이다. 구로지역이 배출한 김선민 감독의 영화 ‘가리베가스’에서도 가리봉 쪽방이 주 배경이 된다. 가리봉 쪽방에 살던 선화는 회사 이전으로 가리봉을 떠나면서 돌아본 가난한 노동자들의 애환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무기력하게 사려가는 가리봉의 풍경을 돌아본다.

KBS 독립영화관 박태옥 작가는 “구로는 공단을 중심으로 노동운동 역사를 간직한 곳이고 가리봉동은 조선족이 많기 살기 때문에 영화 속 구로의 이미지가 공단, 조선족으로 다뤄지는 것”이라며 “영화 때문에 구로의 이미지가 왜곡 된 것이라기보다 구로하면 공단부터 떠오르는 사람들 인식부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영화 속에서 구로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닌데 영화 속 구로의 이미지를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현대사에서 구로가 가진 의미를 살려서 강조하면 구로가 주는 다른 의미가 있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구로가 디지털 단지로 변화하면서 지난 11월 1일 한국DMB가 구로디지털단지 내 방송센터로 이전하는 등 최근 수년 사이에 영화 및 문화산업 콘텐츠 등 지식산업 업체들이 대거 유입됐다. 최근 개봉한 이범수 주연의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이영은 감독, 2005)’도 구로디지털단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아직도 영화는 구로를 공단으로 가리봉 쪽방으로 가난하고 억눌린 삶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구로를 아직도 공단, 쪽방, 가난과 연결시킨다. 구로라는 이름이 가진 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구로는 영화 속에서 공단의 노동자들로 가리봉 쪽방의 조선족들로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구로가 공단을 대표했던 것처럼 이제는 디지털 사업의 메카로도 구로가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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