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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옛 명절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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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옛 명절 이모저모
  • 이기현
  • 승인 2006.0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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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마을과 불싸움...다님 만들어 소원빌기도
서울 도심이라도 주민들의 향토애가 서려있는 구로 지역 곳곳에는 마을 나름의 세시풍습이나 설놀이 문화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특히 산과 논 등의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천왕동이나 항동, 궁동일대가 더욱 그렇다. 민속명절 설을 맞아 지역의 토박이 어르신들로부터 구로지역의 명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사를 주로 하던 예전에는 농한기이던 새해부터 정월대보름까지는 다양한 문화가 있었다고. 천왕동에서는 예전에 동마리라고 하는 동네 한가운데 은행나무가 있는 집에서 온동네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윷판과 널뛰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교회가 있어 흔적을 찾기 힘들다. 풍치지구인 항동마을 역시 가장 높은 집에 김해김씨 종손이 살면서 너른 마당에 널과 윳판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놀이는 마을마다 불을 놓고 얼마나 불을 크게 놓는지 겨루던 불싸움. 천왕동은 지금의 도시철도 천왕차량사업소 인근인 너부대마을, 광명의 옥길리(현 옥길동)와 자주 겨뤘으며 항동은 개천 건너 부천 버룽절리(부천시 괴안동)와 자주 겨루었다. 이런 가운데 종종 불싸움이 진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새해는 보통 다음 농사를 준비하면서 넓은 마당을 돌며 한바탕 신명나는 농악놀이를 했다. 마당 한가운데 술과 안주가 준비돼 있었다. 이때는 부꾸미(전병)도 자주 부쳐 먹었는데 특히 수수부꾸미와 찹쌀부꾸미를 자주 부쳐 먹었다고 한다.

한편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이 마을들에서는 차례가 끝난 다음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다니기도 했다. 궁동에 자리잡고 있는 안동권씨 일가는 차례가 끝난 다음 집안을 돌며 인사를 드릴 때 집안에서 미리 담가둔 술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또 대보름에는 달이 뜰 때 다님을 만들어 소원을 빌기도 했다고. 다님은 지푸라기를 달걀꾸러미처럼 만들면서 나이 수만큼 매듭을 묶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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