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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선관위와 잠 못 이루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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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선관위와 잠 못 이루는 밤
  • 이기현
  • 승인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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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랑 영화 러브액츄얼리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지난 15일 오후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주최한 ‘바른정치문화를 위한 구로선거영화제’ 행사소식을 들은 한 주민의 반문이다. 러브액추얼리는 12가지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구로선관위에서 선거영화제 행사를 한다고 할 때 처음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지역문화 쪽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나름대로 그 방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 했던게 사실이다. 딱딱한 선거법에 대한 일방적인 고지보다 감성적인 영화를 통해 정치선거문화나 유권자로서의 시민의식 등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정리해볼 수 있는 문화적인 형식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과 ‘러브액추얼리’를 상영한다고 했을때 사랑을 다룬 내용이라는 점이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으로 보이는 제작시점 등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가진게 사실이지만 그 점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15일 당일 500여석을 갖춘 구민회관 행사장과 그에 앞서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들은 진행상황은 참으로 아쉬움을 넘어 실망 그 자체였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구로구선관위가 행사를 알리기 위해 한 일은 각 학교에 참가공문을 보내고 현수막 몇 개를 건 것이 다였다고 한다. 더욱이 행사 당일 참석한 사람들중 대부분이 선관위와 관련된 단체 관계자나 가족들이었으며, 사람이 얼마 안되자 영화 상영 도중에 행사가 열리던 구로구민회관 앞마당에서 운동을 하던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라고 해 약간 더 들어와 자그마치 70명 정도가 참여한 성대한(?) 행사가 됐다.

여기다 당초 두 편의 영화만 상영하기로 했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다음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문화상품권 추첨행사를 한 다음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어떤 행사를 하기 전에 비슷한 행사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행사가 많은 구청이나 영화협회같은 영화단체에 행사추진방식이나 영화선정과 관련한 자문을 구해봤느냐는 질문에 선관위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

보다 철저한 준비와 약속등이 지켜지면서 진행된 행사였다면 몇 명이 참석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수 있다.

행사가 있기 전 선관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와 성대하게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잠이 안온다”고 말한 일이 있다. 기자 역시 잠이 안온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을 아무리 작은 비용이라지만 허투루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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