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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나, 주민 대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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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나, 주민 대표인데”
  • 구로타임즈
  • 승인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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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고척1동 장터안골(62번지일대) 골프연습장 건설과 관련해 공사현장에서는 주민들 20여명을 비롯해 건설현장소장등 현장관계자와 구청공무원, 고척1동 구의원등이 참석해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기자가 주민설명회장에 들어가 참석자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옆을 지켜보는 순간 큰 소리가 떨어졌다. “기자라면 똑바로 써!”고척1동 구의원인 김길년의원이 어린 손주뻘에게 호통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사회적인 기본‘예의’ 등에 대해서는 여기서 차치하도록 한다.

그는 구로타임즈 지난8월25일자 7면에 기자가 취재 보도한 ‘야외골프연습장 건립관련 마찰’ 기사를 봤다며, 편파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이후 의회에서 두어 번 만날 때마다 김 의원은 큰소리를 냈다. 그의 주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은 소수”이고 “(이전)주민설명회를 했을 때 주민들이 다 동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몇 번씩 “나는 주민대표”라는 거듭 강조했다.

일단 다수냐 소수냐 하는 문제보다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간단히 넘어가기로 하겠다. 그러나 그가 몇 번씩 되뇌었던 ‘주민대표’가 주민의 아픈 목소리를 얼마나 고려하고 대변하려 노력하는지 만큼은 최근 보여준 일련의 모습에서 의원으로서의 자질까지 의심케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다.

기자가 살펴본 바로는 골프연습장 건축공사와 관련해 나름대로의 고민과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었다.

공사현장과 조금 먼 쪽에 살고 있는 주민들까지 공사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는 불만과 함께 자신들은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조금 낫지만 공사장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심각하다며 심정적인 동정론까지 폈다.

몇 번에 걸쳐 공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상황과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주민들의 민원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완전히 밖으로 다 드러나 있는 층을 지하층이라고 해석하는 것을 아직 기자도 이해 하지 못하고 있다.

또 그 날도 확인한 것이지만 한 주민이 설계사에게 공사하기 전에 했던 주민설명회에서 3층 건물인 자기 집보다 골프연습장이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아직 골조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자기 집보다 높다는 항의에 대해 주민설명회장에 나온 건축설계사는 어떤 해명도 못한 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주민대표라면 현장 주민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대책을 고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설명회에 모인 주민들로만 한정해도 세대로 따져 장터안골 마을 사람의 10%가 넘는 숫자였던 그들, 맞벌이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염두에 두면 무엇인가 대책을 찾고 싶어 애쓰는 주민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들을 ‘소수’라고 봐야하며, 소수의 주민의 소리이면 일고의 들을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단지 ‘소수’라고 무시하는 ‘주민대표’를 몇 번이고 마주쳐야만 하는 것, '주민대표’가 대화를 빙자해 소리를 치는 것. 소위말하는 지방자치시대에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기현 기자>haetgue@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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