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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처음으로 책을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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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처음으로 책을 만난 날
  • 최지혜
  • 승인 2005.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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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책과 심리치료2 ]
내가 만나는 어린왕자는,
*1997년생 남자(현재 일반초등 2학년)
*가족 : 아버지,어머니, 대학생누나

위의 사항 외 그 어떤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고 싶었다. 어린왕자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어머니와의 대화도 아꼈다.

드디어 어린왕자와의 데이트가 시작 되었다.

어린왕자는 연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나는 첫 만남이 아주 긴장되었다. 아마도 어린왕자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사무실에서 눈동자를 그렇게 빠르게 굴렸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하고자 좋은 인상을 주고자 했다. 많이 웃고자 했고, 포근하게 안아주면서 첫 만남을 시작했다.

이제 어린왕자랑 나눈 이야기를 조금 옮겨본다.

나: 안녕(안아주면서), 반가워.
어(어린왕자):어, 선생님 뭐 먹었어, 맛있는 냄새난다.(계속 나의 몸에 얼굴을 갖다 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새로운 만남에 대한 거부반응 같은 것은 전혀 없고 산만함이 보였다.)

나:응 저녁 먹었어. 우리 어린왕자도 저녁 먹었니?
어:(나의 물음에는 대답이 없다. 엄마랑 헤어질 때 엄마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뺏어서 들고 있었다. 그 돈에만 집착하면서 나의 물음에는 대답할 생각이 없다. 아마도 약간 불안하니까 어머니의 호주머니 속을 뒤졌나보다.)

어린왕자야 너는 뭐가 좋으니? 물으면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면서 두세 번 연이어 물으면 “버스” 그리곤 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보냈고 더 이상 이야기를 진행 시킬 수 없었다.

나의 사무실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뒤져보고 만져보고 그리고 자기 관심분야에 계속 집중하고자 했다. 가령 지우개를 보고는 또 다른 지우개를 만지면서 “선생님 지우개가 몇 개야?” 그리곤 나의 대답에는 관심이 없고 그 많은 지우개를 다 손으로 가져가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약간 망설여졌다.
.....

< 어린왕자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
별나라 아이 같았다. 내가 하는 질문에는 한 번에 대답이 없었다. 마치 외국인을 만나 언어가 부족하니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상황이랄까, 아니 그 상황은 서로 집중은 하지만 나와 어린왕자와의 경우는 나는 무척 집중을 쏟았지만 어린왕자는 자기 세계만 계속 맴돌고 있었다.

첫 만남에 대한 설레임으로 그 어떤 검사도 불가능함을 알았다. 그래서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야! 우리기차에서 내려/ 존 버닝햄/비룡소>를 읽어주니 대화 나눌 때보다 훨씬 집중을 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의 어린왕자는 기계, 특히 기차를 무척 좋아했다.- 이 부분은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기차를 좋아해서 극도의 관심을 보였다고 볼 수 도 있다.)

내가 책을 보여주자 책 제목과 저자, 출판사를 쭉~ 읽었는데 그 의미가 한글이니까 읽는 수준, 즉, 저자, 출판사, 책 제목 등의 의미가 없이 그냥 막 읽었다.

그림책 읽어줄 때 즐거워하는 어린왕자를 보면서 어쩌면 독서치료가 나의 어린왕자를 자기세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멋진 열쇠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읽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즐겁게 진행되었다.

나는 또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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