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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의 대학 새내기 권태평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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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의 대학 새내기 권태평할머니
  • 연승우
  • 승인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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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못막은 뜨거운 향학열... 성공회대 05학번 입학
캠퍼스마다 새내기 입학생들로 활기가 넘쳐흐르는 3월. 구로지역내 대학캠퍼스엔 지금, 나이의 장벽을 넘어 젊은이들보다 더 뜨거운 향학열로 만학의 꿈을 펼치고 있는 늦깎이 새내기들의 힘찬 발걸음들이 이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고희의 나이에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입학한 권태평 할머니를 만나봤다.

봄기운이 살포시 느껴지는 성공회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권태평 할머니. 72살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 탓인지, 풋풋한 대학 새내기 모습이 연상되었다.

늦깍이 대학생이 된 동기에 대해, “ 학생운동을 시작한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책과 유인물 등을 보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권태평씨의 아들은 1991년 유서대필 사건의 주인공 강기훈씨이다. 강기훈씨는 유서대필사건으로 감옥에서 5년을 보냈고 권씨는 그 뒷바라지를 하면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모르는 것들이 많아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주부대상의 중고등학교에 지난2000년에 입학해 중학교과정을 마친뒤 마포에 있는 일성여고로 와서 열심히 2년을 공부한 끝에 고등학교 과정도 마쳤다고. 그리고 지난해 겨울 성공회대에서 인권운동사랑방 활동을 인정받아 ‘NGO 활동우수자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권씨 만을 남겨두고 첩과 두 아들을 데리고 떠나 어려운 살림에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데다 한국전쟁까지 일어나서 초등학교만을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고. 그러나 학업에 대한 열의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되어 “아들이 했던 공부를 하고 싶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진학을 했다”고 성공회대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아직은 수업도 낯설고, 강의실 찾는 것도 힘이 든다고 새내기대학생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는 권 씨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계속 공부를 하면서, 노인과 여성문제를 상담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둘째 아들은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를 나와 전남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고 막내딸은 이번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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