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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돈냄새' 학교급식 비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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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돈냄새' 학교급식 비리 충격
  • 최대현
  • 승인 2003.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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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위탁업체 김모씨 지역내 사립고 향응 금품 실태 폭로// 최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국을 강타했던 한 위탁급식업체 대표의 학교급식비리 폭로내용이 구로구내에 소재한 사립고등학교와 관련된 것이어서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내에 소재한 o학교재단 산하의 2개 사립고등학교 교직원들은 지난5년간 위탁급식업체로부터 수천만원대의 금품과 향응접대를 받아왔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 폭로된 비리실태= 지난 97년부터 학교법인 ㅇ학원이 운영하는 ㅇ고교와 ㄱ고교에 급식을 제공해 온 ㅅ 위탁급식업체 김모 사장은 지난달 23일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년간 ㅇ고교 교장과 행정실장, 학교급식담당교사 등에게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 접대를 강요당하고, 10년간 급식사업을 보장하는 대가로 1억2천만원에 달하는 학교 시설물을 지어달라는 요구를 받아 지어주었다"고 폭로했다.



김 사장은 그 증거물로 접대비 장부, 금품을 건네는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와 녹음 테이프, 금품으로 전달된 10만원짜리 수표 사본 50장을 공개했다.



김사장이 공개한 '기부(기증 및 금품요구)및 접대비 내역'에 따르면, 1997년 9월 학교단체급식 계약을 맺으면서 10년 동안의 학교급식을 보장하는 대가로 1억2천만원에 달하는 학교건물을 지어 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했으며, 1997년 11월에는 ㅅ교장이 학교급식실의 가스공사 재시공을 요구해 1천700만원이 이중으로 들어간 것으로 돼있다.



97년 12월에는 ㅅ교장, ㅇ교감, ㅈ행정실장 등 교직원 5명이 강남구 역삼동의 한 요정에서 500만원대의 술접대를 받은 뒤 1인당 100만원씩 모두 500만원을 고스톱 판돈으로 가져간 것과, 같은 달 청담동의 룸살롱에서 있었던 술접대비 300만원과 접대여성과의 2차 비용 요구도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ㅈ행정실장은 1998년 5월과 7월 등 룸싸롱 접대와 접대여성과의 2차 비용을 요구해 왔으며, 최근까지 수백만원의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적혀져 있다.



또 김씨가 직접 정리한 일일 지출 장부에는 교직원 야유회 등 학교행사 찬조금과 식대 등으로 수시로 제공된 내용이 'ㅈ행정실장:백만원 지급', 'ㅎ직원:십만원지급' 등의 형식으로 상세히 적혀있다.



2003년 공짜식권 내역서에는 교직원의 무전취식 명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야간 자율학습시 100여명의 학생이 밥을 먹는데 공짜로 밥을 먹는 선생님이 16명이나 있었다. ㅈ행정실장과 ㅎ행정실 직원은 수년간에 걸쳐 공짜 밥을 먹었으며, 급식 준비하는 아침시간에는 라면도 끊여 달라고 해 먹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사장은 이와 함께 "2002년 11월 한국교원노동조합 70여명이 단합대회를 이유로 음식을 마련해 달라고 해 70여만원을 소요했으나 10만원만 내고 갔으며, 2003년 3월 한교조 소속 60여명의 교사가 역시 단합대회를 이유로 1인당 1만원 정도의 음식을 공짜로 제공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비디오테이프에는 지난 2001년 12월 7일 김사장이 학교 내에서 행정실장에게 현금 100만원을 건네는 장면과 대화내용이 녹화되어 있고, 녹음 테이프에는 김사장이 같은 해 5월24일 행정실장에게 100만원을 상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사장이 이를 폭로한 것은 그 동안 학교측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었으나 계속되는 금품과 향응 접대 요구에 고민하던 중, 지난 7월 이와 관련해 폭행을 당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김사장은 "올해 7월 학교 운영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달라는 학교급식담당교사의 요구를 거부해 폭행당했다"며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폭행교사를 상대로 '폭력상해 및 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며, 이는 현재 구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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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계 반 응







- “아이들이 먹는 음식으로 그럴수가...”



- 학생들 "사태터진후 수습모습 '황당'"







◆ 지역주민 반응=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학교인 ㅇ고교 앞에서 만난 한 주부(46)는 "도대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선생들이 뭐하는 짓이냐, 그러고도 학교에 있을 생각을 하냐"며 "교육청에서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구로2동에서 만난 정 모씨(38)는 "정말 구로구에서 일어난 일이 맞느냐"고 확인하며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갈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학교 학생들 반응= 두 학교는 ㅇ고교 교내식당에서, ㅇ고교 450여명과 옆에 자리한 ㄱ고교 150여명 등 총600여명의 학생들에게 시간을 엇갈려가며 급식(2200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 밥'을 먹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점심 시간인데도 학교 식당으로 가지 않고 학교 조회대에서 빵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던 ㅇ고교 한 학생(1학년)은 "중학교 때 보다 더 맛도 없고 심각해 한달 전부터 급식을 이용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빵으로 때우는 게 더 낫다“며 ”우리 반 34명 중 10명 정도만 학교급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학교 운동장 주변에서 많은 학생들이 빵이나 햄버거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또 다른 학생(1학년)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그 동안 학생들이 급식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했지만 선생님들은 그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며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려는 모습이 황당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움직임= 각 시민단체도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을 가라앉히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ㅇ고교 외에도 각종 비리 연루의혹이 제기된 모든 학교에 대한 특별 감사를 단행해야 한다"며 "검찰은 즉각적 수사를 통해 비리 연루자들을 처벌하고 교육사업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성명을 내고 "급식비리는 ㅇ고교 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가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해 식자재 구입 투명화 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수립을 요구했다.



학교 급식법 개정과 급식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구로구 운동본부 배옥병 대표는 "예견된 일이 터진 것이지만 너무 안타깝다"며 "급식업체의 그러한 상납으로 인한 부족분은 결국 싸고 질 낮은 급식 식자재로 채워져 맛과 질이 떨어지고 그 결과는 학생들의 식중독 같은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대표는 "근본적인 대책은 위탁급식제도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직영급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뒤 "해당학교 학부모들과 의견을 협의해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학교 사실 부인 대책마련중



남부지청 “ 급식비리전반 조사예정”



◆학교 및 교육청등 관련기관 움직임= 이와관련 ㅇ고교등 관련 2개교측은 급식업체 대표 김모씨가 폭로한 이같은 사실들을 부인하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학교들은 현재 지난달 27일부터 진행된 서울시 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 비리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고발하고 교육부에 징계를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ㅇ고교 학교급식담당교사를 고소한 사건과 별개로 뇌물수수 등의 급식비리 내용 전반에 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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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된 두 학교의 재단인 ㅇ학원은 현재 양천구 신정동의 ㅅ고교와 ㅎ고교, ㅅ중학교 등 총5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이번에 문제가 된 ㅇ고교와 ㄱ고교는 지난 2001년도5월14일부터 18일간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이사회 운영 부적성과 18억9000만원의 회계비리로 1차 관선인사가 파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ㄱ고교는 교육청 특별감사팀의 회계감사를 위한 회계서류요구에 서류를 제출 하지 않았으며, 후에 회계서류를 소각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이어 지난 2002년에는 교육청의 감사 결과, ㅈ재단설립자 1인 전횡과 이사회운영의 의결 정족수 미달로 2차 관선이사가 파견되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안팎에서는 '2001년 감사 때 회계장부를 태운 것이 이번에 터진 학교급식비리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j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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