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의 골자는 중앙일간지에 눌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해 문화관광부 산하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설치하는 것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역신문발전정책의 개발과 자문, 지역신문발전을 위한 교육․연구․조사 업무,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심의 등을 담당한다.
중앙일간지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포화된 신문시장에 지역신문이 자리를 잡게 되면 중앙일간지가 설 곳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중 동아일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이 노무현정부와 지역언론간의 결탁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신문발전법안이 추구하는 여론의 다양성이나 지역간의 불균형 해소는 쏙 빼놓고, 노무현 정권의 지역언론 달래기라고 몰아갔다. “비판적인 지방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선심책”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망국병인 지역감정까지 거침없이 조장했다. 지역신문발전법이 통과될 경우 지원 대상 “신문의 상당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호남지역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는 식으로 마치 소문처럼 퍼뜨렸다.
그러나 지역신문지원법안은 영남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먼저 제안한 법이다. 지난 9월 22일 고흥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7명은 '지방언론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안의 핵심 역시 문화관광부에 지방언론발전기금운영위원회를 두어 지역신문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두 법안에 차이가 있다면 지원대상과 방법에 있다. 고흥길의원 안은 ABC에 가입한 일간지만 지원하고, 주간지역신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김성호의원 안은 정기간행물등록법에 등록된 모든 지역신문사를 지원대상으로 삼았다. 지원조건에서도 차이가 난다. 고흥길의원 안은 사실상 조건없이 지원하자는 것이고, 김성호의원 안은 경영투명성과 편집권독립 등이 보장된 건전한 언론에게만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노사협약에 따라 편집권 독립이 보장된 신문사에 한해 정부가 우선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조항은 사주의 횡포가 심한 지역언론사에게는 정부가 지원해주지 말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노조의 “편집 및 경영권 참여를 조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당지역 언론의 편집권에 간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집권이란 언론인들이 국가나 사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도록 보장해주는 장치이다.
동아일보가 우려한 대로 섣부른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법이 “권언유착을 조장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조건과 절차를 세밀히 검토해 제안했고, 김성호 의원이 제출한 지역신문발전법에는 그러한 조건들이 법제화되었다. 반면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그러한 조건들이 들어있지 않다. 그만큼 권언유착으로 귀결될 위험성이 높은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의원들에게 넘어갔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두고 국회의원들은 지역언론을 선택할 것인지, 중앙언론을 선택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지역언론 중에서도 주민의 눈과 귀가 되는 건전한 지역언론을 지원할 것인지, 불법과 부조리를 일삼는 사이비 지역언론을 지원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이지역 국회의원은 어느편입니까?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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