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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사랑집수리봉사단, 웃음 꽃도 '뚝딱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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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사랑집수리봉사단, 웃음 꽃도 '뚝딱 뚝딱'
  • 윤용훈 기자
  • 승인 2017.10.13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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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7일 오전, 오락가락하는 가을비를 뒤로 하고 찾아간 구로디지털단지 뒤편 가리봉동 남부순환로 105가 길에서 사는 홀몸어르신 정춘시(81) 김용오(73)어르신들의 1평 남짓한 지하 쪽방.


어둠침침하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방은 천장에 머리가 닿을 만한 좁은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서 한사랑 집수리봉사단원들이 세간을 옮겨내고 얼룩지고 변색된 벽지를 뜯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 봉사단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홀몸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단체. 올 들어 7번째 봉사이다. 이날 봉사는 추석이 코 앞이라 바쁜 일정으로 단원 10여명이 다 참석하지 못했지만 매월 한번 씩 집수리 봉사하는 날에는 가능한 다 참석하고 있다고.


"벽지가 눅눅해 냄새가 나고 지저분해 단장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못했는데 벽지와 바닥을 단장해 주어 너무 고맙고, 이제야 깨끗한 집안에서 살 수 있게 돼 너무 좋아요."


정씨 어르신은 기초수급비에 기초연금으로만 생활하면서 매달 16만 원 월세에 공과금, 교회 십일조 등을 떼어내면 남는 게 없어 집에 돈을 들일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낡은 집을 몰라보게 수리해 깨끗하게 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정영열 한사랑 집수리봉사단장(58)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말경 가리봉동에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는 어르신이 많으니 집수리봉사단을 만들어 주거환경개선에 나서보자는 제안에 앞장서서 아는 이웃, 친구, 동료 등 10여명으로 한사랑 집수리봉사단을 만들어 봄부터 월 한 번씩 봉사활동하고 있다"고 봉사단을 소개했다.


전 가리봉동 주민자위위원장이던 정 단장은 어려운 이웃돕기에 발 벗고 나서는 지역 일꾼이다. 얼마 전까지 매년 수백포의 쌀을 기증하는 등 통 큰 기부를 해오다 이번에는 집수리봉사로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것.


정 단장의 이러한 봉사는 딸 둘이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영리하여 공부를 잘했던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면서 정신질환을 겪고 지금도 치료 받고 있습니다.아이들을 볼 때 마다 부모로서 애틋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항시 안고 있다 보니 자연히 어렵고 불쌍한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 또한 어려서부터 고생하며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청소년 시절 전라도 고창에서 서울에 와 전 가리봉전철역 부근에서 구두닦기, 과일노점 등 안 해본 일 없이 살아와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더 헤아릴 수 있다"며, 살면서 해외여행 한 번도 다녀옴 없이 봉사시간 외에는 욕심 없이 베풀며 생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 봉사단은 홀몸노인 등 어려운 가정의 수도꼭지, 전기 교체는 물론 도배와 장판 교체, 집수리 , 쌀, 생필품 기부 등 활동 영역이 다양하다. 특히 집수리봉사를 끝낸 후에는 꼭 쌀 20kg 포대 하나씩 전달하고 있다고.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 도움 없이 정 단장의 사비로 전부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동센터 등에서 봉사할 곳을 선정해 주면 미리 답사한 뒤 필요한 것을 준비해 현장으로 가서 집수리봉사를 한다고.


"봉사하는 단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회비 없이 모든 비용, 집수리 자재비, 식대 등 단장인 제가 부담합니다. 집수리 한번 할 때마다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내색 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 옥신각신 하지 않고 수월하게 봉사단을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풀칠 된 새 벽지를 준비해 천장과 벽에 척척 도배하던 정미옥 씨 부부(가리봉동)는 "지역에서 오래 도배·장판장사를 해오다 재능기부 할 기회가 돼 참여하게 됐다."며 "오늘도 일거리가 있지만 먼저 봉사 한 뒤 바로 현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얼굴과 티셔츠는 젖어가고 있었다.


정 단장은 그동안 봉사를 해오면서 주민들의 말 한마디에, 당연한 듯 요구하는 공무원들 태도에 섭섭하고 상처도 받고 힘이 부칠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혜자나 공무원들은 봉사자들이라 무엇이든 요구하면 당연히 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봉사자들에게 종종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봉사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면 더 열심히 봉사할 텐데 그걸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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