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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악한 재정, 더 버틸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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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악한 재정, 더 버틸수 없다”
  • 최대현
  • 승인 2003.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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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복지예산 100% 지원하라' 최근 들어 지역 내 사회복지관 건물이나 복지관소속 운행차량 에 이같은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고, 사회복지사들이 입은 조끼나 반팔 티셔츠에도 '복지예산 현실화'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지역주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현재 구로지역내 사회복지관을 포한한 서울시 91개 사회복지관에서 벌이고 있는 시위.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지역사회와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역내 복지관과 사회복지사들로부터 들어봤다.



구로지역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서울시 91개 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 중심의 지역사회 복지관이 되고 최소한의 복지증진을 위해 서울시를 상대로 복지관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의 현실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현재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사회복지시설 기능정립 및 표준운영모델설정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복지관 예산 중 세입은 크게 정부 보조금, 교육프로그램 등 유료사업, 법인 전입금, 후원금 등으로 나뉘지만, 그 중 정부 보조금 비율(46%)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 결식아동,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지원사업과 실직자 자활훈련 등 10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지관에 실질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돈'은 정부 보조금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위 보고서에서 나타난 사회복지관 표준 운영경비는 7억원 정도였지만, 현재 복지관들이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보조금은 2, 3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역내 복지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지난 달 21일 오전 1인 시위에 참가하고 온 한 복지관 관장은 "우리 복지관 예산이 14억 정도인데 3억원의 보조금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나마 수익프로그램과 후원금 등으로 겨우겨우 이어오고 있지만 경제 사정 등으로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 "91개 사회복지관이 이제는 더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정부, 서울시에서 단계적으로라도 운영비를 100%지원해주는 길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열악한 재정상태는 복지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족문제상담, 방과후교실, 장애아동지원 등의 본연의 복지업무를 해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수영, 에어로빅, 스포츠댄스 등 사회체육프로그램과 후원자 모집 등의 수익사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사회복지사들은 말한다. 최근 건립되는 사회복지관들이 수영장 등 사회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7년여 동안 복지 일을 해온 최모 사회복지사. "수익프로그램 신청자를 받고, 이를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면 복지사인지, 사업가인지 헷 갈린다"며 "원래의 복지업무에는 덜 신경 쓰기 때문에 복지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급자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말로는 ‘복지’라 하면서 이러한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이렇게 본연의 업무 외에도 2, 3가지 일을 하지만 역시 열악한 재정상태 때문에 처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지관에서 받는 초임은 연봉으로 1300여만원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10여년이 지나도 고작 2천여 만원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근무는 오후 8~9시까지 이루어지고 있어 사회복지사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평균 근무연수가 1.4년이라는 사실이 그 고통을 말해주고 있는 현실. 그 피해는 역시 복지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고스란히 수급자나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현실에 기반한 사회복지관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사회복지사들은 말한다. 얼마 전 1인 시위 현장에서 후원금을 모아 제작한 조끼를 입고 있던 사회복지사에게 이명박 시장이 건넨 "돈 많네 이 돈으로 운영비 보태지?"라는 발언은 서울시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구로구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준극빈층으로 구분되는 '차상위 계층' 등 3500여명이 사회복지관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구로구의 사회복지사들은 타 사회복지관 동료들과 함께 이들을 위해,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복지발전을 위해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복지체계를 잡아가기 위한 힘겨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j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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