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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42]지역자치일꾼의 좋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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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42]지역자치일꾼의 좋은 점
  •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
  • 승인 2014.06.16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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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도 결국 여야 간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청년과 장년 간의 깊은 간극도 재확인되었다. 지방자치라는 선거 본래의 목적은 사라진 채 정권심판과 차기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그로 인해 지방자치선거의 본질이나 장점 모두 외면당했다.

지방자치 선거는 여야나 보수·진보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초월할 수 있는 선거이다. 지역살림을 꾸리는 데에는 여야나 보수·진보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 성향을 유권자들이 여권 후보를 지지할 수 있고, 보수적 유권자들이 진보적 지역일꾼에게 한 표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반목과 갈등구도를 지방자치 현장에까지 확산시켰다.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간 구분은 정책보다는 감정에 기인한다. 물론 대북정책이나 사회복지 정책 등에서 현재의 여와 야는 보수와 진보의 색채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정책보다는 감정과 정서에 따라 투표를 한다. 영남에서의 여당 몰표나 호남에서의 야당 몰표는 지역적 정서에 기반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개인적 성향과 정서도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령층이나, 전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20-30대 청년층 모두 지지 후보자에 대한 강한 감정적 애착을 보인다.

유권자의 투표성향이 정책보다는 정서에 기인하다보니, 정치인들은 정책보다는 감정적인 호소에 치중한다. 정치인들이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정서적 교감을 잘하는 후보가 많은 표를 얻는다. 야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승계할 만한, 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할만한 차기 주자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들만큼 유권자들의 감정적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유시민을 포기하고, 안철수를 주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치인으로서 유권자들과의 정서적 교감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감정적 유권자는 민주정치의 장애물이다.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파괴하거나 축소하기 때문이다. 감정적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후보자는 정책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쇼를 해서 감동을 자아내야 한다. 유권자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치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정치를 하는 후보자가 당선된다. 대한민국 최고부자 정치인이 환경미화원 복장을 하고 쓰레기 청소하는 흉내라도 내야하는 것이다.

감정적 유권자로 인한 또 다른 부작용은 "최선의 후보" 대신 "최악이 아닌 후보"가 당선된다는 점이다. 감정적 유권자는 공감하는 정치인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하는 동시에, 반감을 가진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표를 던진다.

자신들이 증오하고 불신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와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무조건 투표하게 된다. 영남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에서 새정치 후보가 누리는 반사이익이다.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감정대립을 해소하는 길은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대화이다. 굳이 잘잘못을 가리지 않더라도, 서로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대립은 완화된다. 그런데 중앙정치에서는 이런 대화가 어렵다. 서로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나려 하지도 않는다. 대통령과 야당당수가 서로 만나 대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다행히 지역사회에서는 자치일꾼들이 서로 대화할 기회도 많고, 대화하기도 쉽다. 지방자치 현장에서만이라도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감정대립을 해소하고, 지역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중지를 모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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