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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39]영국의 지역방송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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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39]영국의 지역방송 울림
  •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
  • 승인 2014.04.1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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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세익스피어, 영국왕실, 비틀스 등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다. 1년 시청료가 가구당 30만원에 달하지만, 영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이자, 영국 대중문화의 중심이다.

1923년 방송을 시작한 BBC는 "국가통합"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방송을 해왔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 아일랜드 네 개의 민족국가들(nations)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영국을 하나의 왕국(kingdom)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영국사회가 변화를 겪으면서, BBC도 달라져야 했다. 다인종 사회로 바뀌면서, "통합"보다는 "다양성"이 더 우선적 가치가 되었다. 전통적 지역 갈등 뿐만 아니라, 런던을 포함한 남부지역과 중북부 지역 간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었다.

많은 영국인들이 국가적 정체성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TV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율이 높은 프로그램은 오후 6시 30분의 지역뉴스이다.  그러나 지역뉴스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 비율은 전국뉴스의 절반에 그쳤다. BBC 뉴스에서 정작 시청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한 뉴스는 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시청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BBC는 인터넷을 통해서 지역뉴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폈다. 뉴스 서비스 지역을 방송권역보다 더 세분화하고 지역의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잉글랜드 권역은 39개 지역, 스코틀랜드 권역은 6개 지역, 웨일즈 권역은 10개, 북아일랜드는 1개의 지역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다. TV로는 제공하기 힘든 세분화된 밀착형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영국정부도 기존의 ITV 지역방송 정책을 수정해, 기존의 광역방송 대신 소지역방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민영방송 체제인 ITV는 BBC의 독점을 견제하고, 지역방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되어, 1962년까지 14개의 지역민방이 영국 전역에 설립되었다. 지역민방은 허가지역에서 독점 상업방송의 특혜를 누리는 대신 지역뉴스와 시사 및 오락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14개의 지역방송으로는 지역뉴스 수요를 채울 수 없었다. 방송사도 불만이 컸다. 지역민방의 지역뉴스는 가장 시청율이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방송사들은 지역뉴스 의무편성 시간이 너무 길어 제작비 부담으로 방송국 경영이 어렵다고 불평했다.

2012년 영국정부는 ITV 방식을 보완할, 새로운 지역민방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지역방송보다 방송권역이 좁은, 도시단위의 소규모 지역방송이 영국 전역에서 새로이 등장할 예정이다. 영국정부는 2012년 19개의 지역민방을 허가해, 작년 11월 그림스비에서 Estuary TV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향후 영국정부는 30개의 지역방송을 추가로 허가할 예정이다.

소지역민방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뉴스와 정보 제공의무를 부여하되, 지역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광역민방보다는 의무부담을 줄여주었다. 한편 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채널 재전송을 의무화시켜,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보장했다. 소지역민방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BBC수신료에서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 소지역방송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명이 BBC 사장을 지낸 Greg Dyke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80여개의 방송국이 가능하다며, 이미 광역방송이 제공되는 대도시가 아니라 방송에서 소외된 소도시 지역에 허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방송을 활성화하려는 영국의 시도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애쓰는 KBS나 생존의 기로에 선 한국의 지역민방사업자들이 참고해볼만한 내용이다. 무엇보다도 방송에서 소외된 대한민국 지역 시청자들이 영국 시청자들처럼 "내 지역의 방송"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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