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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34]뉴스와 홍보, 언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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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34]뉴스와 홍보, 언론의 길
  •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 교수)
  • 승인 2014.02.10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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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 신문방송학과 수험생들에게 면접질문을 해보면, 대부분 홍보와 광고를 구별하지 못한다. 광고에 대해서는 늘 접해 잘 알고 있지만, 홍보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하는 학생이 드물다. 홍보는 속성상 수용자 몰래 전달해야 효과가 높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홍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광고(廣告)나 홍보(弘報) 모두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그러나 널리 알리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광고는 비용을 지불하고 공개적으로 알린다. 그래서 광고는 대개 광고가 아닌 것과 명백히 구분된다. 반면 홍보는 광고처럼 광고비를 지불하지도 않고, 광고처럼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한 홍보방식 중 가장 효과적인 홍보는 뉴스를 통한 홍보이다. 뉴스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가 다른 정보에 비해 높기 때문에, 홍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뉴스 속에 홍보를 첨가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 갓 개업한 식당이 지역신문에 수 십만원을 들여 광고하는 것 보다, 그 신문 지면 기사에 "가 볼만한 새로운 식당"으로 소개된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훨씬 더 높기 마련이다.

TV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종종 TV에 등장해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다. 거의 예외없이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는 시점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수 억원을 들여 개봉영화를 광고하는 것보다 방송사 인터뷰 한번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홍보가 간절한 사람들이 또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다. 자신들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지역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뿌린다.

당연히 광고와 홍보에는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 알리고 싶은 내용만 들어갈 뿐이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에도 자신들의 상품이 불량품이고 값비싼 것이라고 인정하는 광고는 없다. 이순재 아저씨가 노인들에게 보험을 팔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장담하지만, 그말만 믿고 보험을 샀다간 그나마 부족한 노후소득이 더 얄팍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광고를 외면하거나 기피한다.

그러다 보니 널리 알려야 하는 사람들은 광고보다 뉴스를 이용한 홍보를 선호한다.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홍보는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피하거나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스와 홍보가 버무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한국 언론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주된 요인은 언론이 뉴스와 홍보를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언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홍보에 열중하는 언론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언론매체라고 자부하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하는 짓거리이다.

각 프로그램 말미에 "여러분의 귀중한 수신료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을 넣고, 수신료 인상이란 말 대신 "수신료 현실화"란 단어를 사용한다. 군사독재 시절 물가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을 희석시키려 대신 사용하던 용어이다. 간간히 뉴스를 통해서도 수신료 인상 관련 토론회 소식을 전하는데,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은 빠져있다.

국회 승인을 받아야하는 수신료 인상이 KBS의 소망대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효과적인 홍보도 진실을 감추고 민심을 거스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KBS를 비롯 모든 매체를 동원해 정권홍보에 나섰던 군사독재정권의 말로가 이를 증명한다.

홍보를 거부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떳떳한 언론만이 결국 살아남을 수 있다. 풀뿌리 언론만이라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언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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