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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 보육교사로 새인생 첫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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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 보육교사로 새인생 첫 출발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3.03.2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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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과정에 도전, 취업 2개월차 새내기 유순옥씨

어린이집. 아기가 운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배변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잠투정도 아닌 것 같다. 아기를 안아 달래는 보육교사의 이마에는 진땀이 흐른다. 곧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보육교사의 품에서 잠이 든다.

 새로 입학한 영아들의 적응기간인 3월에는 종종 있는 일이다. 그곳에서 영아들과 함께 사회적응과정에 있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보육교사 유순옥(58. 오류1동)씨다.

유순옥 씨는 작년 한 해 동안 보육교사 교육과정을 마치고 올해 1월 한 달간의 실습을 통해 3급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실습한 어린이집 요청으로 지난달부터 일을 시작했다.

어린이집 관계자 함정인(45)씨는 "젊은 교사들에 비해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열정은 젊은 교사 못지않다. 또한 젊은 교사들에게 없는 푸근함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같이 일하게 됐다"고 말한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던 유씨는 13년 동안 동네 아이들을 모아 수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남편의 타 지역 발령으로 인한 이사와 운동을 시작한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본인의 일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전업주부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모두 성장했고 큰 아들은 유학을, 운동을 시작했던 작은 아들은 프로팀에 들어가 각자의 바쁜 생활을 시작했다. 유순옥 씨만이 집에 남겨졌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유순옥 씨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6개월간 유치원에서의 일을 통해 보육교사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것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렇게 보육교사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작하세요"

교육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배움의 손을 놓고 산지가 너무 오래되어 교과목 이해와 암기가 힘들었고 모둠수업에서 본인으로 인해 다른 젊은 선생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과제를 못해 발을 동동거리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 읽은 만큼 잊어버려 힘들었어요."

 유순옥 씨를 보며 주위 친구들은 걱정이 앞섰다. "은퇴해서 쉴 나이에 취직이 되겠냐"는, 혹은 "차라리 요양보호사를 하지"등의 말을 들었다. 


 "그래도 취직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 믿었고, 보육이라는 것이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많은 나이는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어요.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일까. 주위 젊은 동료 선생님들의 많은 도움과 가족들의 응원으로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지금은 어엿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었다. 최근에 동창회에서 친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나이를 극복한 새로운 도전에,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당당한 모습에.

"전업주부로 지낼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은 들어요. 처음에는 몸살도 많이 났고요. 그런데 몸은 힘들고 아픈데 정신적으로는 활력이 돼요.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유순옥 씨에게 물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주부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마세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다음에 해야지 하는 마음은 버리세요. 일단 시도를 하세요. 첫발을 떼고 나서면 다 길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얻은 활력은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유순옥 씨는 내년 초 2급보육교사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기위해 올 한 해 실무와 이론이 겸비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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