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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26]이숙란(구로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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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26]이숙란(구로5동)
  • 윤용훈 기자
  • 승인 2013.02.08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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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금쪽처럼 살아요

부산 처녀가 결혼해 구로구가 서울에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남편의 말에 신접살림을 시작해 구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30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는 이숙란 씨(52 · 구로5동).

오랜 기간 서울생활을 했지만 지금도 부산 사투리의 강한 억양으로 다소 퉁명스러워 보이는 말투가 나오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열정 가득한, 순수한 소녀 같은 기질을 가진 다정한 여자이다.

"부산에서 줄곧 살다가 85년 결혼해 올라와 처음 시작한 곳이 당시 비누세제냄새가 풍기던 애경유지(현재 AK프라자) 건너편입니다. 이곳에서 아이 둘을 낳아 다 키우는 동안 지금은 딴 세상으로 변모했지요. 지금 살고 있는 AK프라자 인근의 아파트도 참 살기 좋고 이웃 인심도 좋아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이 없어요."

이 씨는 자기 생활이 확실하다. 직장인이면서 틈을 내 도시락배달도 하고 발 마사지봉사단장으로도 활동한다. 또 저녁이면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집안일을 하니 일주일이 정신없이 간다고.

"2002년경 다른 일을 시작해볼 생각으로 당시 유행이었던 발마사지를 구로여성인력개발원에서 배웠지요. 이 발마사지를 다른데 써먹지 못하고 노인정 등에서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해드리기 시작해 벌써 10년 넘게 하고 있네요. 처음엔 어르신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봉사하는 것에 대해 젊은 사람이 할 일이 없으니까 쓰잘 데 없는 일을 한다고 수군거리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화장품을 취급하는 일을 시작한거예요. 어떻게 보면 봉사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 셈이지요."

구로자원봉사센터의 발마사지 봉사단장직을 10년 이상하고 있는 이 씨는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회원 20여명과 매주 금요일 오후에 1시간동안 봉사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예전과 달리 내 자식도 안 해주는 힘든 발마사지를 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한다.

"발마사지 봉사단 회원 대부분이 70대 어르신입니다. 발마사지를 받다가 배워서 봉사를 하고 싶다면 가르쳐 주어 회원이 되지요. 젊은 사람은 발마사지를 가르쳐 주면 봉사보다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되도록 가르쳐 주지 않아요."

이 단장은 회원 중에 오래 동안 안 보이는 분이 계시면 아프거나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식으로 회원들이 충당되면서 운영된다고 했다.

그는 또 KT&G 남부복지센터의 도시락 배달사업에 참여, 매주 화요일마다 시간을 내 가리봉 일대의 어려운 어르신에게 전달하고 있다.

"남편의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사실 이런 봉사가 어렵지요. 이제는 남편도 달라져 얼마 전부터 같이 도시락배달에 같이 동참하고 있으니 더욱 고마울 따름이죠."

이 단장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엄마가 하는 봉사를 보고 배워오면서 올바르게 성장했다며 교육 효과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인근 H대학 경영학과 야간에 입학해 새로운 학문과 사람들을 접하며 배움의 낙에 빠져있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배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다시 한 번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지요. 배운 것을 잘 잊고, 컴퓨터 다루는 것도 쉽지 않아 자식 같은 젊은 동료에게 맛있는 것 사주어 가며 배우고 특히 같이 공부하며 사람 사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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