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4 18:32 (화)
[포커스304] 로빅산악회
상태바
[포커스304] 로빅산악회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12.31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어로빅으로 만나 산생으로

고척근린공원 운동장에서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에어로빅 교실. 150명이 넘는 주민들이 함께 해왔다. 지난 9월엔 안양천에서 열린 사랑가족건강걷기대회에서는 시범단의 공연까지 있었다. 몇날 며칠을 연습한 끝에 강남스타일, 이대팔 등 곡에 맞추어 공연을 올렸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회원들과 뒤풀이를 하면서 "정말 수고 많았다. 이렇게 끝나면 아쉬우니 근교로 등산이라도 한 번 다녀오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모두 찬성을 했다. 심지어 "그럴게 아니라 아예 산악회를 결성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나왔다. 그렇게 로빅산악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로빅'은 에어로빅의 줄임말이다.


등산을 제안했다가 졸지에 로빅산악회장이 된 이문형 씨(65)는 평소 산악회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등산에 필요한 이모저모를 챙기고 살핀다. 아침 식사대용으로 따끈한 떡과 음료, 간식, 그리고 비상약까지.

"운동할 땐 끝나기 무섭게 헤어졌는데, 산행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나누니 언니들의 또 다른 끼를 발견해요. 그래서 더 친해졌어요." 고윤희 총무(46)는 산악회의 막내뻘이지만 70대 회원에게도 "언니"라는 호칭을 과감히 사용한다.

유영업 고문(56)은 뇌출혈로 몸은 물론 언어장애까지 겹쳐 힘들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차츰 몸이 좋아지고 대화하는데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는 "운동이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할 정도. 게다가 산행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서백란 운영위원(63)은 고척근린공원 옆에 살면서 이른 아침마다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무릎에 관절이 파열되어 레이저수술을 했고, 결심 끝에 에어로빅을 하면서 몸이 차츰 가벼워졌다.

이문형 회장는 지난 1999년에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었다. 꼼짝없이 집에 붙어 있으니 몸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울증까지 왔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10년 넘게 꾸준히 에어로빅을 해왔다. "처음엔 못 따라해도 재미가 있대요. 시간이 지나니 외우진 못해도 따라는 하게 되더라고요."

이문형 씨의 오랜 권유 끝에 아내 최선자 씨(58)도 3년 전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그리고 산악회에서는 운영위원까지 맡았다.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일어나면 에어로빅을 하러가고 싶어진다. 땀을 쭉 흘린 뒤 샤워를 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최선자 씨는 30년 넘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효부상을 받았고, 시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장애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더욱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유선자 운영위원(62)은 직장을 그만두면서 에어로빅을 시작해 6년차가 되었다. 시범단도 자청해서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맑은 공기를 쐬면 기운도 나고, 서로 도란도란 웃고 떠들고 산을 오르면서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밥보다 운동이 더 좋다는 고윤희 총무는 에어로빅을 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단다. 에어로빅을 하면서 의욕이 생기는데다 시범단까지 뽑혀 공연을 하고나니 자신감이 훌쩍 커졌다.

"거기다 요즘은 에어로빅 회원들과 산행까지 하니 금상첨화예요. 정상에 올라 바람 때문에 모자가 날아가도 마냥 좋더라고요.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다녀오면 일도 더 잘 돼요."

첫 산행에 관광버스 한 대가 꽉 찰 정도로 많은 회원이 참여해, 내년 봄엔 두 대는 빌려야 할 거 같다며 이문형 회장은 기분 좋은 걱정을 한다. '로빅산악회'는 에어로빅과 등산 뿐아니라 화합과 나눔, 그리고 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마을모임이다.

■ 회 원
원유희 박춘자 임정자 박소지 신현복 이자이 안혜자 서백란 유정미 김경숙 신경옥 유선자 김정숙 문민숙 이창선 한임수 전숙자 박주익 고옥주 강윤자 김명숙 문순임 박광엽 김영희 김용환 홍준호 황규선 성정숙 박순자 이기순 임효순 심경란 정영임 유영업 이순기 김창완 이호성 박순임 백경민 최달순 전양순 문수남 한옥뿐 양승권 김미숙 황화석 김문갑 안석동 김경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