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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이야기 26]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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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이야기 26]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매봉산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2.10.15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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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일기의 연속이다. 가을 하늘을 머리에 이고서 걷는 것 자체가 계절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대로 매봉산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알록달록한 옷차림들이 마치 곧 찾아올 단풍들의 예고편 같다.


 몇 몇 등산객들은 한 손에 검정비닐을 들고서 길이 아닌 나무사이로 들어가 허리를 굽혀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줍는다. 도토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토리나무는 나무의 이름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 식물들의 열매이다. 열매 맛이 좋아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해서 상수리나무, 넓은 잎으로 떡을 쌌다고해서 떡갈나무, 가을에 가장 볼만하다하여 갈참나무, 신발의 밑창으로 사용하였다하여 신갈나무, 잎이 제일 작다하여 졸참나무라 이름이 붙여진 것들이 이에 속한다.


 같은 참나무류라해도 그 생김새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잎의 모양에 따라 세 부류로 구분되어지는데 잎이 길고 가는 형태로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있으며, 잎이 크고 두툼한 것에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가 있다. 또 중간크기의 넓은 잎 모양을 가진 것으로는 졸참나무와 갈참나무가 있다. 굴참나무는 잎의 뒷면이 상수리나무와 구별되고, 신갈나무 잎은 두꺼운 떡갈나무에 비해 얇으며, 졸참나무는 갈참나무에 비해 잎이 작고 잎 뒷면에 털이 많다.


 또한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의 열매를 감싼 깍정이는 추운지방 털모자를 연상케하고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의 깍정이는 예술가들의 빵모자를 연상케한다.


 이렇게 주운 도토리는 물에 2~3일 정도 담가 벌레와 이물질을 제거한 후 완전 건조시켜 껍질을 벗겨 곱게 빻는다. 곱게 빻은 도토리가루를 천주머니에 담아 입구를 봉하여 물에 담가 치대면 뽀얀 물이 천주머니 밖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도토리녹말이다. 도토리녹말이 나온 물을 여름에는 2일정도 겨울에는 4~5일 정도 놓아 두면 도토리의 떫은 맛을 없앨 수 있단다. 맑은 물은 따라버리고 가라앉은 도토리녹말덩어리를 잘 말리면 흔히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도토리녹말가루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수고 많은 도토리녹말가루를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혹은 이웃들과 산에 오르면 작고 귀여운 도토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선 한손 가득 주워오곤 한다. 작은 알갱이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고 올망졸망 한데 모아놓은 모습이 귀엽다. 그것도 몇 일. 이렇게 가져온 도토리는 십중팔구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기 마련이다.


 2010년 가을 도심가에 멧돼지의 출연이 잦아 시민들이 불안해 한 적이 있다. 멧돼지의 출현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으나 식량부족이 제일 컸다. 잡식성이기는 하지만 멧돼지의 주요 식량은 도토리란다. 그러나 그해 봄 유난히 잦은 비로인해 열매는 많이 맺히지 않았고, 그로인해 등산객들의 도토리 채집에 대해서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 내려지기도 했다.


 옛날과 달리 사람들은 겨울에도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더 이상 굶주림으로 겨울나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숲속 동물들은 여전히 겨울이 두렵다. 눈 덮힌 땅에서 식량을 찾아야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반기지 않는 인가로 내려와야만 한다.


 물론 산속의 먹거리는 동물의 것만도 사람의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기나긴 겨울 그 숲에 남아 먹이를 찾아 헤멜 동물들을 생각해서 싹쓸이식의 채집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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