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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93] 하얀볼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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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93] 하얀볼링클럽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10.1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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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스트라이크' 드라마

 19.15m 길이의 짧은 레인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


 "1990년대 초반, 한창 볼링 붐이 일 때, 동네에 볼링장이 생겼어요. 그래서 호기심에 시작을 했는데 벌써 20여 년이 됐네요. 강습시간 외에도 매일 자율볼링을 다닐 만큼 볼링에 푹 빠지기도 했었죠." 하얀볼링클럽의 왕언니로 불리는 최정자 씨(65, 개봉동)는 볼링은 큰 힘이 들지 않아 나이 들어서도 가능한 운동이 볼링이라고 말했다.


 "처음 볼링 할 땐, 누워 있으면 천장에서 공이 왔다갔다 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얼마나 했는지 양쪽 팔 길이가 차이가 날 정도였죠." 박해자 회장(57, 신도림)은 그렇게 3~4년 정도 꾸준히 하니 볼링을 좀 알 것 같더라고 이야기한다.


 하얀볼링클럽은 창단 17년이 된 장수동호회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개봉사거리에 있는 에이스볼링장에서 볼링을 하고, 첫째, 셋째 주엔 볼링장 내 9개 볼링클럽과 함께 시합을 한다.


 "볼링은 과격하지 않아 우리 나이 대에 적당한 전신 운동이에요. 기량이 좋으면 체력이 강한 사람도 상대할 수 있고요." 김효숙 씨(55)는 10년 전 사당동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래도 매주 클럽회원들과 볼링을 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는다. 볼링장이야 어디에나 있지만 그래도 함께 볼링하면서 정든 회원들이 있으니 오게 된다고. "공이 손에서 빠져 나갈 때 스트라이크인지 아닌지 감이 오지요. 볼링은 뭐니뭐니해도 스트라이크를 할 때 짜릿함과 시원함이잖아요. 그 맛이 제일 커요."


 본인의 기록을 깨는 점수가 나올 때 가장 신난다는 김애숙 씨(57, 개봉동)는 볼링 경력 20년차다. 처음엔 친구들과 기초 없이 치다가 2년 동안 전문강사에게 배우면서 기본기를 확실히 다졌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자세예요. 자세가 흐트러지면 공도 안 들어가요." 볼링은 공과 나와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김애숙 씨는 자신만의 징크스를 귀띔한다. "볼링하는 날 아침에 손톱을 자르면 점수가 잘 안 나와서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잘라둔답니다. 하하"


 12년 전, 개봉동에 이사 온 날 이진숙 총무(47, 개봉동)는 제과점에 빵을 사러 갔다가 느닷없이 빵집사장님으로부터 "볼링할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마침 볼링 경력이 있던 이진숙 총무는 하얀볼링클럽 회원이었던 빵집사장님 덕분에 하얀볼링클럽과 인연을 맺었다. "동호회가 오래 되고, 평균연령이 높다보니 클럽 볼링시합에서 하위권을 면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가끔 우리 클럽을 얕보는 클럽에게 지고 싶지 않아 정말 있는 힘을 다해 4전4승을 거둔 적이 있어요. 그 때는 정말 통쾌하죠. 더군다나 회원들과 같이 잘해서 승리한 거니까 더 기분 좋고요."


 10년 넘게 매주 봐온 하얀볼링클럽 회원들은 친정식구들 보다 더 자주 만나다보니 이제는 운동동호회인지 친목동호회인지 모를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회원들 모두 지금처럼만 아프지 말고 신나게 운동하고, 오순도순 재미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회원     최정자 김효숙 강창희 박해자    김애숙 송순애 박영애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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