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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82] 미술기부로 피워내는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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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82] 미술기부로 피워내는 웃음꽃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7.09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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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협회 구로구지회

 (사)한국미술협회 구로지회(회장 이운구)는 뜻있는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미술재능기부봉사활동을 해왔다.


 지난 토요일 오후, 이운구 회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회원이 일일선생님이 되어 어린이 보육시설 '오류마을'을 찾았다.


 매번 다른 주제와 내용으로 미술활동을 하는데 이번 미술활동은 연필꽂이 만들기다. 빈 우유팩을 준비해 2/3정도 자른 뒤 색골판지로 겉면을 두르는 등 미리 초벌작업을 준비해왔다. 재료 구입에서부터 수업 준비와 진행, 간식까지 모두 회원들 몫이다.


 그동안 10여 회에 걸쳐 글레이공예, 미래명함만들기, 석고 손 본뜨기, 티셔츠 염색, 종이패턴만들기, 계란껍데기에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14명,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 한 두 명이 함께 했다. 아이들이 필통머리에 붙일 얼굴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직접 색상을 고르고, 어떤 모양을 만들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도록, 또 서툴러도 직접 만들도록 옆에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곰, 개구리, 고릴라, 토끼, 자동차, 사람 등 자신의 개성에 따라 띠골판지로 얼굴을 만들고, 눈을 붙이는 등 한 시간여 만에 형태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고이아(고릴라)!"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들고 흐뭇해 하는 아이, "선생님 제가 왜 이걸(얼굴 테두리) 분홍색으로 했는 줄 아세요? 바탕색이 분홍색이라 맞추려고 한 거예요."라며 이유를 들어 또박또박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아이, 반짝이는 게 좋다며 끝까지 남아 필통 사방팔방을 여러 재료를 사용해 꾸미는 아이, 마지막 뒷정리를 할 때 선생님을 도와 함께 치우는 아이 등 야무지고 똘망한 모습이 눈에 띈다.


 수채화분과위원이면서 8년째 방과후학교 미술지도를 해 온 전지우 씨(46, 신도림동)는 "처음엔 아이들이 산만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학습을 할 땐 10분 이상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던데 미술활동을 할 땐 1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집중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10년 째 미술학원을 운영 중인 구본숙 사무국장(49, 오류동)은 눈이 초롱초롱해서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 때문에도 하나라도 더 빠짐없이 준비하게 된단다.


 "3번째 왔을 때까지도 그냥 왔다가는 사람처럼 반가워하지도 않았어요.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해서였는지 처음엔 한 번 마음에 들지 않아 삐치면 30분 동안 말도 안 했죠. 그런데 이젠 아니에요. 관심받기 원하고, 욕심이 많아서 잘한다고 칭찬하고 감싸줄 때 마음을 열더라고요. 이젠 어지간해선 삐치는 일도 없어요."


 이름을 외워주고 별명도 불러주니 퉁명스럽던 아이들이 "제 이름 언제 외웠어요?"하면서 살가워진다.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길을 가다가 만나면 "우리 선생님이다!"라고 반가워하고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구본숙 사무국장은 "학년이 지나도 서로 기억하고 만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미술활동 내내 남학생 두 명과 함께 앉아 마음 좋은 아버지처럼 필요한 것을 말없이 도와주던 류지선 부회장(50, 천왕동)은 "아이들이 규율지키는 것이 조금 부족해 멋모르고 처음에 혼을 냈다가 왜 그렇게 혼을 내냐는 얘기를 듣고 그 뒤로는 자제를 한다. 조금 더 친해지고 믿음이 쌓이면 내 아이처럼 잘못을 얘기해줘도 받아들일 때가 올 거다"라며 "앞으로 근처 공원에 가서 사생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미술지도를 하는 류지선 부회장은 그 중에서도 유치원생이 제일 가르치기 힘든 반면 스폰지처럼 흡수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고. "미술이란 내 얘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고민 속에서 사는 게 보람이죠."


 고등학교 미술교사인 이운구 회장(52, 신도림동)은 다른 친구들이 장래희망을 '대통령, 장군..'이라고 말하던 어린시절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만족과 행복감을 느낀단다. 구로지회 회원들이 잉벌로전·구로미술협회 정기전 등 1년에 2번 전시회를 여는 것도 크게 보면 봉사이지만 뭔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봉사를 해보자고 마음 먹었고 아이들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느낀다.


 60번의 전시회(개인, 단체전) 경력을 가진 손귀예 씨(51)는 작년에 일산으로 이사를 갔어도 활동에는 '이상 무'다. 그녀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칭찬했다. "제가 할래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고.


 일과, 개인작업을 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황금같은 주말을 선뜻 내 놓은 회원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하고 싶은 거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우러지면서 자라기를 바란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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