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포커스 281] 묵향으로 만나는 22년지기 우정, 구소회
상태바
[포커스 281] 묵향으로 만나는 22년지기 우정, 구소회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7.02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예동아리 '구소회'(구로문화원 내)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았다. 세월은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개설 첫 날부터 지금껏 한 결 같이 제자를 길러 낸 일소 박부미자 선생(70), 그리고 방선옥 씨 등 1기 수강생들을 비롯한 회원들의 끈끈한 우정과 서예에 대한 열정이다.


 박부미자 선생은 40여 년 전, 서예계의 거목인 고 일중 김충현 선생에게 사사를 받으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제자들이 서울서예공모대전 등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회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는 박부미자 선생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서예전시회를 연 서예 대가이다.


 방선옥 씨(53, 구로5동)는 에어로빅을 배우던 중에 "서예 한 번 배워봐라"는 남편의 권유를 받아들여 서예교실 문을 두드렸다.


 22년간 박부미자 선생에게 사사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서예대전에 출품할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7년 전부터는 한 주민자치센터 서예강사로 활동 중인 방선옥 씨는 "스승님에게 받은 것, 하나에서 열까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박 선생님처럼 강습생과는 가르치고 배우는 사이가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삶의 일부처럼 되었다."고 말했다.


 구로동에 살다가 얼마 전 강남으로 이사를 한 김순옥 씨(61, 방배동)는 큰 수술을 받은 이후, 새 삶을 시작하려고 서예를 배우게 됐다.


 20년 넘게 시부모님을 모시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환경으로 그만 둘 상황이 많았어요. 그 때마다 박 선생님께서 열의로 이끌어 주셨죠.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서예는 배우면 배울수록 부족해 늘 슬럼프라고 느끼지만 국전에서 입상을 하고, 지인들에게 작품을 선물 할 때면 나름의 보람을 느낀다.


 이영표 구소회 회장(71, 구로5동)은 지난 2005년 퇴직과 함께 서예붓을 잡았다. "서예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좋은 벗입니다. 그리고 잘 쓰든 못 쓰든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을 느끼지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퇴직한 이영표 회장은 가수 이승철 씨가 고3때 담임을 맡아 공부가르치려 애쓴 이야기, 대학교수가 되거나 고시에 패스해 찾아온 제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생활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고자 서예를 배우게 된 김명선 총무(62, 고척2동)는 서예가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다고 이야기한다.


 "서예는 집중의 미학이에요. 완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다른 글씨를 쓰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글을 쓸 땐 잡념이 없어지고, 온갖 세상 시름 잊게 돼 좋아요."


  4년 전 기영희 씨와 함께 서울시초대작가에 등극한 김명선 씨는 화선지 위에 조금은 거칠면서도 정갈하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화선지에 써내려간다.


 "서예를 하면서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실감한다. 붓을 잡고 있으면 내 마음을 다스려지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구소회 회원들은 '집중력을 키워주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나아가 자신만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서예사랑에 푹 빠져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