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책장과 3천 여 권의 도서 위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어요. 오래 돼 누렇게 바래고, 찢어진 도서들을 정리를 했더니 1천8백여 권이 남더군요. 파손도서 수선과, 재고 파악, 부족한 도서 구비 등 준비하는데 1년이 걸리더군요." 박화자 회장(56)은 개봉2동 마을문고(이하 문고)는 50년 역사를 자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01년 5월에 새롭게 단장한 뒤 개봉2동 주민센터 2층에 자리 잡았다.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10시~오후5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30~낮 12시30분까지다. 현재 소장 도서는 무려 9천여 권으로 아동에서 성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도서가 구비되어 있다. 문고 등록이용자는 3800명에 달하며, 박 회장을 비롯한 28명의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사서 봉사를 한다.
문고는 자체적으로 매년 가을에 독후감경진대회를 개최한다.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가 12회째다. 도서 선정은 자유이며,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총 18명을 시상한다. 제일 많이 책 빌려 본 이용자에게 주어지는 '다독상'도 있다. 회원들은 대회홍보를 위해 팜플릿을 만들어 문고 이용자에게 나눠주고, 지역 학교 앞에서도 홍보를 한다. 회원들은 떡과 과일, 차 등을 차려놓고 주민과 지역 단체장을 초대해 함께 축하하고 나누는 동네 잔치다.
독후감대회 참여작을 모아 4년에 한 번씩 '느티나무'라는 (2005년 1, 2009년 2호)문예지로 출간한다. 내년에 제3호가 출간 예정이며, 다른 문고에도 전파시키고 있다.
홍신자 부회장(48)은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듯 오는 이용자를 소개했다. "책가방을 메고 와서 늘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빌리시는데, 저희 문고 책은 물론, 상호대차서비스로 구내 30여 도서관 도서도 섭렵하고 있어요. 이 분이 작년에 특별상을 받으셨지요."
상호대차서비스란 관내 구립도서관을 통합해 도서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한 문고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동 도서관이나 문고 이용이 가능하다. 우리 문고에 없는 도서를 구청 지혜의 등대 홈페이지에 신청해놓고, 문자가 왔을 때 가까운 문고에서 빌려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도서관학을 전공한 홍신자 부회장은 결혼 후 아이 키우는 일에 전념하다 우연한 기회에 문고 봉사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추천하는 권장도서나 필독서는 문고에서 거의 빌려봤다. "한 번은 삼국지 시리즈 10권 중 한 권을 빌리러 온 이용자가 계셨어요. 그런데 그 원하는 책이 이미 대출되었더라고요. 저희 집에도 삼국지 책이 있어 그걸 빌려드렸어요. 그랬더니 돌려주실 때 시골에서 보내온 거라며 복숭아를 내미시더라고요."
홍신자 부회장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한창 베스트셀러일 때 문고에 기증했다. 빌리러 오는 이용자들은 많은데 문고에 없는 도서라 가만있을 수 없었던 것. 그 뿐 아니라 봉사회원 대부분이 자신이 본 책을 기증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지역 봉사활동에도 앞장서는 개봉2동 마을문고 회원들은 요즘 때 아닌 아크릴수세미 뜨기 열풍이 불었다. 판매 수익금을 모아 올 연말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어서다.
정종숙 감사(44)는 이용자로만 문고를 다니다가 5년 전쯤 봉사에 합류했다. 봉사를 하다보니 지역주민을 많이 알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만화책을 많이 본다, 아직 버릇이 없어서 고민이다..." 등 도서 관련 문의에서부터 자녀문제까지도 상담을 요청해 오기도 한다. 이런 상담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문고'는 도서대여 뿐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소통의 장으로 확대된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문고에 있는 과학도서는 빠짐없이 읽었어요. 한 번 빌리면 20~30번도 읽었나봐요. 그러다보니 자기주도 학습이 되어 사교육이 필요없더라고요. 제가 봉사 안 했다면 책 접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를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회원 중에는 독서왕 정혜숙 씨, 10년 넘게 봉사해 온 베테랑 회원 박화자, 권오명, 구자선, 박연이, 조혜연 씨, 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들이 책을 사랑하고 문고 일을 내일처럼 여긴다. 책은 한 장만 넘겨도 잠이 온다면 좀 더 재미있고,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을 선택하라. 그러면 책에 재미가 붙고 읽는 속도도 는다.
다른 사람 시선 생각할 필요 없다. 그렇게 읽다보면 독서력도 커진다. 그저 마음 편하게 내 손에만 쥐고 있으면 되는 거다. 전철 탈 땐 교통카드만큼 꼭 챙겨야 할 것은 책.... 회원들은 독서의 비결을 하나씩 내놓는다.
☞ 회 원
박화자 박연이 홍신자 지종숙 정종숙 경유나 조혜연 구자선
김명희 구수옥 황지연 김영실 정화자 이동애 윤경혜 김화순
곽영선 김은미 박선희 김지연 손명수 한진옥 김정애 박순이
정혜숙 신정인 정진경 권오명 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