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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2] 반상회하다 30년 모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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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2] 반상회하다 30년 모임으로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4.3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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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로6동 1통주민들의 이런 삶

 25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지? 각 통 주민들이 한 집에 둘러 모이는 날이다. 통장을 통해 동 소식을 듣고, 쥐약을 나눠받거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함께 나눈다. 입을 댓발 내밀며 엄마 손에 끌려 온 아이들은 요구르트 한 병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환해진다. '반상회'는 한 달에 한 번 공식적으로 이웃주민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매달 25일 저녁 7시, 구로4동 25통(구 구로6동 1통)주민들은 반상회로 모이다 마음이 맞아 아예 모임을 만들었다. 1통 친목회란 뜻으로 모임이름도 '일친회'다. 그야말로 한통속이다.


 "한 30여 년 됐을 거예요. 제가 30대 초반에 이 모임이 만들어졌으니까요. 이웃에 있다 보니 반상회 뿐 아니라 좋은 일 궂은 일에도 함께 모여 나누어 왔어요. 그러다보니 형제보다 가깝다고 느낄 때가 많죠." 신태호 씨(65)는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구로에 이사와 42년째 살고 있다. "시장도 가깝고 살기 좋아요. 시골 동네처럼 대문도 안 잠그고 살았죠. 그래서 특별히 이사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부천으로 이사를 간 박용순 회장(59)은 결석은 커녕 지각도 하지 않을 만큼 이 시간을 기다린다. 박용순 회장처럼 부천이나 금천, 멀리는 남양주까지 이사 간 회원도 있지만 모임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구로는 정겨움이 있는 도시예요. 장사 끝나면 시장 한 쪽에 모여 소주잔 기울이던 순수한 정취가 많았어요. 한 동네 모임 회원이 30명되기는 흔치 않죠. 이사 등의 이유로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에게도 명절이나 애경사에 찾아갈 정도로 우애가 깊다.


 일친회는 긴 세월만큼 회원들도 대를 잇는다. 정규찬 씨(51)는 아버지 정 용익 씨(85)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구로동에서 40년 동안 살았던 정규찬 씨는 구로동의 가장 큰 변화로 다문화 가정이 많아진 것을 꼽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또 의류업에 종사한 지 10여 년된 그에게 요즘 의류의 트랜드를 물었다. "아웃도어룩이 활성화 되었어요. 기능성 의류도 인기 있고요. 그러면서 색상도 밝아졌지요."


 모임 뿐 아니라 봉사도 대를 이었다. 새마을지도자였고 지역 일을 많이 했던 아버지 뒤를 이어 정규찬 씨 아내 윤정희 씨(48) 역시 새마을문고를 시작으로 현재 새마을부녀회장 등 지역 일을 도맡고 있다. 


 일친회는 1년에 2~3차례 독거노인을 돕고, 사랑의 좀도리 운동에 동참하는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참여해왔다. 매달 반상회같은 모임을 이어오다보니 마을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하고, 그래서 더 마을 일에 솔선수범하게 된다.


 또 일친회는 부부가 함께 하는 모임이다보니 부부싸움이 오래가지 않는다. 다투고 안 나온 회원은 가서 데려오기도 하고, 회원들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자연스레 풀어지기도 한다. 


 순수 토박이 모임임을 강조하는 김유근 총무(54)는 현 구로4동 25통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을 가진 분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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