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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1] 구로에서 삶을 써낸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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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1] 구로에서 삶을 써낸 주부들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4.23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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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주민글쓰기모임, 글쓰기 수강하다 책펴내 눈길

 지난 해, 구로초등학교 구로구립 주민전용도서관에서 6개월 과정으로 '구로주민글쓰기교실'가 열렸다. 르뽀 작가 박수정 씨와 수업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쓴 수강생들은 그동안 습작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유년시절, 여고시절, 남편과 아이들, 부모님, 우리 동네 구로 등 일상의 소소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담았다.


 "글 쓰는 기법을 배우는 수업인줄 알고 참여했어요. 이렇게 소수정예에다 제가 직접 글을 써야하는 줄은 몰랐죠." 최연숙 씨(38, 구로5동)는 자녀에게 도움을 줄 요량으로 글쓰기교실에 참여했었다. 생각하던 바와는 180도 달랐지만 그 덕에 글 쓰는 힘을 기르게 됐다고 웃으며 말한다. 구로시민센터 '좋은엄마'회원인 최연숙 씨는 "글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무데서나 끄적일 수 있는 것이며, 낙서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권미숙 씨(42, 구로5동)는 길에서 만난 이웃이 "글쓰기 모임 다녀온다"는 얘기를 듣고 모임에 마음이 끌렸다. "나도 가도 돼?" "그럼!" 그렇게 참여하게 됐다. 그동안 시는 취미 삼아 썼었고, 연극을 좋아해 구로시민센터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도 했었다. "글을 끄집어내는 작업 자체가 힘들었어요.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내 안의 모습을 진정으로 돌아 본 계기가 됐죠. 박수정 선생님을 만난 게 행운이에요. 제 글이 좀 느끼한 편인데, 선생님이 다듬어 주시니 글이 담백하고 진솔해져서 꼭 쓸 말만 쓰게 되던데요." 관점이 달라지니 전에 썼던 글은 다시 읽기 싫을 정도였다고. 글쓰기 교실 6개월 만에 글이 좀 더 따뜻하고 생생해졌다.


 구로시민생협 사무국장 이정은 씨(40, 구로3동)는 박수정씨를 섭외한 일등공신이다. "보고서 쓰는 일이 많다보니 업무에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시작했다"는 이정은 씨는 "글의 힘이 그렇게 큰 지 몰랐다. 마음에 응어리진 게 글을 쓰면서 풀리더라. 미술치료나 음악치료처럼 글쓰기로도 내면의 치유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워했던 사람도 글을 쓰면서 용서하고,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로 자연스레 아물고, 그래서 자신감도 생겼단다. "형식이나 기술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데 목적을 두고 좋은 일 뿐 아니라 욕이든, 열 받은 일이든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면 좋은 글감을 찾게 됩니다."


 이정은 씨 권유로 참여한 배영숙 씨(42, 구로3동)는 "첫날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글을 남기면 나중에라도 지금의 생활이 생각날 거 같다. 그래서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일기형식의 사실적 글쓰기를 좋아해서인지 이번 수업이 나랑 딱 맞았다.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시간의 순서대로 쓰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썼더니 글이 늘었다"고 신삼주 씨(43, 구로5동)는 강조했다.


 수업 때 마다 최연숙 씨는 고구마 옥수수 부침개 김밥 등 갖가지 간식을 준비해와 수강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글쓰기교실 진행 동안에 마을문화공간 '느티나무카페'에서 연 <작은 음악회>에 초대받아 수강생들은 시낭송과 그 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발표했었다.


 "글이란?" 무엇인지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달라는 질문에 이정은 씨는 "내 생각의 정리함이다", 배영숙 씨는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글을 쓰다 보면 풀리기 때문에 해결사다", 신삼주 씨는 "또 다른 친구다. 말 못할 얘기도 글을 통해 털어놓고, 또 쓰다 보면 다 풀리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최연숙 씨는 "숙제를 하듯 습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권미숙 씨는 "아바타다. 글 속에 또 다른 내가 거기 있다"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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