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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0] 일상탈출, 연극 매력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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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70] 일상탈출, 연극 매력에 '풍덩'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4.16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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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연극교실 '연상연하 연극동아리'

 '일상의 찌든 때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나를 발견해, 멋진 무대에 서 보자!'


 지난해 8월, 구로문화재단 주최로 주민연극교실이 열렸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합격한 참가자 20여 명은 1주일에 1번~2번, 6개월의 수업과 실습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2월, 구로아트밸리 소극장에서 창작연극을 공연했다. 참가자의 경험담을 직접 극본으로 쓰고, 그 중에 3개의 에피소드를 선택했다.


 '로또남편'(백숙현 극본, 만남과 결혼의 소중한 인연), '내가 제일 잘나가'(극본 임수정, 지치고 힘든 일상의 작지만 큰 행복), '엄마에게 드리는 노래'(극본 서순아 : 엄마와 딸, 그리고 또 그 딸로 이어지는 사랑이야기)를 다듬어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1인 다역을 맡으면서 열심히 연습했고, 설렘 반 떨림 반으로 무대에 섰다. 소박하면서 재미있고, 감동이 넘쳤다는 평가도 받았다.


 "총 4달 수업 중 2달은 워밍업이었고, 1달 반 만에 극본 쓰고, 다듬고, 연습하고 무대에 섰으니 굉장히 빨리 마친거죠? 그렇게 공연이 끝나자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이대로 끝내지 말고, 연극으로 소통하고, 나누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었죠. 모임 이름은 '연상연하'예요." 서순아 회장(46, 구로1동)은 '연극을 상상하고, 연극을 하자'라는 뜻의 줄임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엉뚱한 상상은 금물이라고. "우리가 아마추어인데다 인원도 적다보니 자체적으로 무언가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마침 구로문화재단에서 올해 주민연극교실 심화반을 개설해주신다고 하니 우선 여기 참여해서 내실을 기하자고 입을 모았어요."


 영어과 교수인 김정란 씨(52, 온수동)는 대학 다닐 때 막연히 연극배우를 동경했으나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일간지에서 연극교실광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다. "시간을 내기가 쉽진 않았지만 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았어요. 실수를 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면서 했어요. 교수는 학생을 이끌어 가야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일이 많아요. 하지만 여기선 내 역할만 하면 되니까 마음에 여유도 생겨요. 참 재미있어요." 김정란 씨는 발성이 좋은데다 남자 참가자가 거의 없어 2개의 에피소드에서 남자역할을 맡았다. "맡을 사람이 없으니 '이 한 몸 망가지자'는 마음으로 자원한 것.


 1남2녀를 둔 이정애 씨(37, 개봉동)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연극반에서 활동했던 연극마니아다. 졸업 후엔 동창들끼리 연습해 소극장에서 공연을 했을 정도다. "연극은 해 본 사람이 또 무대에 올라간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연극을 하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방음 잘 된 무대에서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의상학을 전공한 서순아 씨(46, 구로1동)는 1989년에 선배를 도와 연극 '햄릿' 무대의상을 만들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졌다. 자신이 만든 의상을 입은 배우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22년 만에 이룬 셈이다.


 "같은 대사라도 동작과 표정, 말투에 따라 180도 달라져요. 그래서 연출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첫 수업 한 달 동안은 숨고르기와 반응법, 서로 친해지는 교감 나누기 등에 집중했어요. 연극공부를 하고 나니 드라마를 봐도 등장과 퇴장, 동선도 꼼꼼히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하하."


 목회자였던 서순아 씨 아버지는 교인들에게 좋은 상담자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재작년, 아버지 돌아가신 뒤 자연스럽게 '생명의전화' 상담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연극을 하면서 소통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올 해 사회복지상담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것도 그 이유다.


 '연상연하'모임은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으로 소통과 나눔, 치유로 따뜻하고 자신 있는 나, 그리고 그런 이웃과 마을로 변화시키는 초석임에 틀림없다.


 "연극을 통해 회원 대부분이 마음 속에 있던 상처들을 치유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치유방법을 이웃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올해는 성미산연극축제에 출전하는 게 첫 목표고요."

   ■  회 원      서순아 김영혜 이정애   박연주 송규자 김정란   임수정 백숙현 김선우   김여옥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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